에르도안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보호받지 못한 이들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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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100년은 '튀르키예의 세기'가 될 것이다."
튀르키예가 오스만제국이 무너지고 현대적 공화국을 수립한 지 29일로 100주년을 맞았다.
1923년 건국한 튀르키예 공화국은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지중해와 중동 일대 넓은 영토를 차지하며 600년 이상 존속한 오스만제국이 1차 세계대전 때 패전국 독일 쪽에 참전해 멸망한 뒤 수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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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충돌 감안해 조촐하게 치러
“다음 100년은 ‘튀르키예의 세기’가 될 것이다.”
튀르키예가 오스만제국이 무너지고 현대적 공화국을 수립한 지 29일로 100주년을 맞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공화국 설립자이자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가 묻힌 영묘에 헌화했다. 이어 이스탄불로 이동해 대국민 연설을 하며 튀르키예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늘 우리 공화국은 한 세기를 마무리하고 ‘튀르키예의 세기’라고 부르는 두번째 세기로 항해하고 있다. 훨씬 더 강력하고 번영하는 방식으로 공화국을 오랫동안 이어갈 것”이라 했다. 또 “무스타파 케말의 꿈을 실현한 후예로서 튀르키예 공화국은 세계에서 보호받지 못한 이들의 수호자”라며 “오늘은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 이후 20여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한 자신의 업적을 강조했지만, 전체적인 기념행사는 지난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때문인지 조촐하게 치러졌다.
1923년 건국한 튀르키예 공화국은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지중해와 중동 일대 넓은 영토를 차지하며 600년 이상 존속한 오스만제국이 1차 세계대전 때 패전국 독일 쪽에 참전해 멸망한 뒤 수립됐다.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초대 대통령 케말은 15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이슬람 전통을 탈피한 서구식 근대화 개혁을 수행했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고, 민주주의를 도입했다. 또 현재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을 창당했고,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오늘날 튀르키예의 곳곳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튀르키예 국민들은 국기 색깔인 빨간색과 흰색 옷을 입고 나와 100주년을 기념했다. 이스탄불에서는 보스포루스해협을 가로지르는 군함 100척 퍼레이드, 드론 에어쇼 등의 행사가 열렸다. 다만,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고려해 콘서트 등 예정된 행사들은 여럿 취소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촐한 축하행사를 선택했다”며 “지난 2월 5만여명이 사망한 지진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황과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주변국 정세가 불안정한 것을 고려한 것”이라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엔 이스탄불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잔인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선 이슬람 원리주의에 뿌리를 둔 에르도안 정부가 비종교적 세속주의를 추구한 케말의 ‘건국 정신’을 의도적으로 지우려 행사를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세속주의 공화국인 튀르키예에서 ‘독실한 세대’를 만들겠다며 이슬람 종교 교육을 하는 학교 수를 늘리고, 공식 행사를 종종 기도로 시작한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튀르키예 전문가 소네르 차압타이는 에이피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교육에서 공공정책에 이르기까지 이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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