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개시’ 선언 주저하는 세가지 이유

홍석재 2023. 10.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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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방위군(IDF)이 29일(현지시각) 장갑 불도저를 앞세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서로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전면 침공 대신 소규모 전투를 거듭해 적을 야금야금 제압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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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 지역.

이스라엘방위군(IDF) 소속의 장갑 불도저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가르는 철조망 장벽을 밀어내자, 중무장한 전차가 뜨거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뒤를 따랐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33초 길이의 지상군 투입 현장 영상을 보면, 대규모 연막탄이 터지는 가운데 무거워 보이는 군장을 지고 가자지구 안쪽으로 나아가는 보병부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근접 전투를 벌이며 터널을 파괴하고 조사하는 등 가자지구 경계선 내부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지하에 뚫린 ‘땅굴(지하터널. 길이가 약 5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 파괴’를 시작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2단계’ 작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단계 전투”(the second stage of the war)가 시작됐다고 말할 뿐 ‘지상전 전면 개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만큼은 주저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교전이 일어난 가자지구에서 커다란 포연이 일어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유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여론이다. 유엔은 27일 총회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인도주의적 휴전에 나서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사실상 무시한 채 작전을 밀고 나가고 있다. 이미 가자지구에서 8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진 상황에서 대대적인 지상전에 나섰다고 선전하기엔 큰 부담이 따른다. 게다가 상대인 하마스는 200여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있다. 하마스는 “지상 침공을 하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질 중에는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인들도 있다. 이번 작전을 보는 이스라엘 내 여론도 애매하다. 로이터는 즉각적인 대규모 지상공격에 대해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응답이 49%에 이른다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두번째는 맹방인 미국의 우려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민간인 피해 최소화 △미국인 인질 석방 △전쟁의 확산 등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네타냐후 총리와 한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시민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모든 권리와 책임을 지녔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제 인도법에 부합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 자신이 이번 전쟁이 “길고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하는 마당에 미국과 갈등을 빚는 것은 여러모로 이롭지 않다.

이스라엘군의 ‘경험 부족’은 이스라엘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한 뒤, 네번의 중동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마지막 전면전이었던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이 발생한 것은 반세기 전인 1973년이었다. 이후 레바논 침공(2006)과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2014) 등이 있었지만, 그때로부터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에도 하마스·헤즈볼라 등과 크고 작은 충돌이 있지만, 간헐적인 국지적 전투나 로켓 도발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군에서도 큰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시가전·땅굴전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 언론 글로브스는 이스라엘 지브 전 이스라엘군 작전국장의 말을 따 “이스라엘군은 오랫동안 이런 (규모의)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지상 공격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은 팩트(사실)”라고 경고했다. 또 이스라엘군 주력인 예비군(현재 36만명 동원)은 직장과 가족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의 희생이 커지면 사회가 동요하고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일본 아사히신문에 “이미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 사회가 (이런 일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시간을 두는 쪽이 좋다는 판단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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