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땅굴' 각개격파 … 가자시티 외곽까지 진격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진영태 기자(zin@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10.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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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충돌 사망 8300명 넘어
이, 탱크 앞세워 남북 도로차단
무기 저장고 등 600여곳 타격
하마스 근거지로 포위망 좁혀
바이든, 네타냐후 전화통화
지지 보내며 국제법 준수 당부
가자지구 봉쇄 3주째인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 하욤'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한 건물 옥상에 국기를 걸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왼쪽).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3㎞가량 진격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른쪽 사진은 30일 이스라엘군(IDF)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엑스 캡처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의 외곽까지 진격했다. 30일(현지시간) 하마스와 교전하며 가자지구 자이툰 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의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진입한 지 3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상군이 밤새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확대하며 "하마스 대원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한 성명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가자지구에 진입한 지상군의 유도에 따라 드론과 전투기를 동원해 무기 저장고 등 하마스 시설 600여 곳을 타격했다.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시티로 진입하는 핵심 도로를 점거한 뒤 다가오는 차량들을 향해 발포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오전 "우리군이 계획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서서히 전진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확대된 지상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탱크부대의 진격이 "제한된 침입이었다"며 "(탱크가) 민간인을 태운 차량 두 대에 발포하고 물러섰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8300명을 넘어섰으며 그중 어린이만 최소 34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으로 거론되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피해 확산 우려에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에 확전 자제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가자지구 내 병력을 확대한 데 이어 하마스의 주요 터널(땅굴)을 공략하며 하마스 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전날 가자지구 북쪽 베이트하눈 인근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이날에는 남쪽 일부 지역을 장악하며 하마스의 핵심 근거지인 가자시티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서서히 포위하는 전략을 쓰면서 지상전이 길게는 수개월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땅굴 탐지·파괴를 전담하는 '야할롬', 터널 내 지리 파악 로봇을 갖추고 지하 전투 훈련을 받은 '사무르' 등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겨냥한 특수부대를 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00㎞에 달하는 하마스의 땅굴은 군사용과 밀수·밀입국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은 군사용 땅굴을 먼저 찾아 파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하마스와의 분쟁에서 이스라엘은 땅굴 약 97㎞를 파괴했지만, 하마스는 다시 지하 공간을 재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 측은 피란민이 몰려든 병원도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하가리 소장은 가자지구 내 억류된 인질이 10명 더 파악됨에 따라 총인원은 23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와 인질 생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스라엘의 신중한 작전을 당부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하마스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재차 지지하면서도 모든 조치는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는 국제 인도주의 법에 맞는 방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인도주의 지원 규모를 즉각적이고 충분하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우디와 이집트를 만나 확전 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30일 미국을 방문하는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과 '중동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의 지상전 전개 때문에 '분쟁'이 '지역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양측 모두 우려를 표명하면서 만남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김상준 기자 / 진영태 기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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