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달려온 K항공 빅딜 …'화물사업 매각' 암초에 중대 기로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3. 10.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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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이사회 난항
EU 화물노선 독점문제 제기에
화물매각 조건부 승인 요청
대한항공, 지원책 마련했지만
아시아나 이사회선 신중모드
EU 경쟁당국 승인도 안갯속
미국·일본 심사까지 첩첩산중

◆ 아시아나 화물 매각 ◆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매각 안건을 두고 막판 진통이 이어지면서 지난 3년간 대한항공이 제1 목표로 삼고 달려온 '대형 항공사 설립'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별개로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 지원 방안을 의결했지만 정작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정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양사 합병도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둔 계약금과 중도금 7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이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자구안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통한 경쟁 제한 우려 완화'를 골자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심의했다. 수월했던 대한항공 이사회와 달리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항공이 이달 중으로 EC에 시정안을 제출하지 못하면 양사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이번 사안을 두고 갈등을 보이는 것은 항공업 체력 약화와 대형 항공사 통합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화물사업 매각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안과 한국~유럽 4개 여객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이관하는 안의 시정안을 오는 31일까지 EC에 제출할 예정이다. EC에서 조건부 승인이 내년 1월쯤 결정되면 이때부터는 시정안을 이행해야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측은 관련 사업을 새롭게 영위할 수 있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체계와 노하우를 갖췄는지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U 측 문턱을 넘으려면 대한항공이 단순히 높은 가격을 써내는 원매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해당 노선 운항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인수자들의 운영 역량까지 전면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경쟁당국 최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가 독과점을 이유로 국내 기업에 훼방을 놓은 사례는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건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한국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며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인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경쟁당국에서 무조건 승인을 받으며 순항했지만 EU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기업결합 심사를 세 번이나 유예하다 지난해 1월 최종 불허를 결정했고 합병은 무산됐다. 심사를 개시한 지 2년2개월 만이었다.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관문도 기다리고 있다. 미 법무부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2020년 11월부터 관련 조사를 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재분배 카드를 제시했다. 영국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고, 중국에서는 46개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화물사업 매각안이 끝내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양사 간 통합 작업도 물거품이 된다. 시장 관심은 주채권단인 산은의 결단에 쏠릴 전망이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수년간 투입한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허공에 날리지 않으려면 다시 한번 호흡기를 대야 한다. 앞서 산은 측은 "아시아나항공에 추가적인 공적 자금 지원은 계획된 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 자본 확충이나 자본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단기 대출 일부인 7000억원을 갚았고, 이달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대출 2400억원에 대한 만기가 도래해 유동성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다.

[조윤희 기자 / 최현재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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