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금개혁, 文 정부가 4개안 제출해 갈등 초래”
“갈등 반복 않으려 착실히 준비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숫자가 없는 맹탕’이라거나 ‘선거를 앞둔 몸 사리기’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인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과거 정부는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 없이 4개 대안을 제출해 갈등만 초래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왔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저는 지난 대선 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과거 정부들과 달리 연금개혁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행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국민 의견조사, 선택할 방안의 제시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80여차례 회의를 통해 재정추계와 수리 검증 등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다”며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꼼꼼히 경청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 의견도 철저히 조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까지 충실히 준비한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운영계획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다”며 “연금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정부는 국회의 개혁방안 마련 과정과 공론화 추진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시장의 개척과 시장의 확장을 위해서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 세일즈 외교에 투혼을 불살랐다”며 “전 정부 시기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음에도 5년 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1만3000명이었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1년6개월 만에 민간 주도로 52만6000명의 신규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소상공인 일터와 복지행정 현장 등 36곳의 다양한 민생 현장을 찾았다”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며 말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조항에서 탈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비상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청취한 현장의 절규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대통령실의 현장 방문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에서 “국민들은 정부 고위직과 국민들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벽에 작은 틈이라도 열어줘서 국민들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일부라도 전달되길 간절하게 원한다”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장관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국민이 좋아하는 데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국민의 외침 중에서도 공통적인 절규는 신속히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은행 종 노릇’ 발언과 관련해 ‘은행주들이 (주식시장에서) 내림세를 보인다는 얘기가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가급적 현장의 목소리를 국무위원, 다른 국민들에게도 전달하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이기 때문에 그걸 정책과 직접 연결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거듭된 국민의 절규가 있다면 거기에 응해야 하는 게 정부의 임무”라고 답했다. 정부가 은행이 이자로 과도한 이익을 거둔 것을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며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면서 이날 주요 금융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ILO 탈퇴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국무위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그것과 관련해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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