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은행의 종노릇' 하소연 … 尹 "국민 외침에 응답할것"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지적
금리 인하 압박용 해석도
인건비 폭등에 우는 자영업자
내·외국인 동일임금 부담 소개
대통령실, ILO 탈퇴엔 선그어
中企 기술탈취 손배강화 주문
중대재해·김영란법 개정 강조
◆ 민생 행보 속도 ◆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20분 넘게 여러 법안과 정책을 하나씩 언급했다.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민생과 현장이었다.
30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5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이라는 단어를 8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난주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진이 민생 현장 36곳을 직접 방문해 국민과 소통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상황으로 인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대출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마치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토로한 내용을 전했다.
전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 등에게 선지급된 재난지원금을 환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국민의힘은 기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확대해 줄 것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 같은 당정 논의도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한 민심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 종 노릇' 발언이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해석되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이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급하도록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조항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도 언급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등이 연내 시범사업을 검토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역시 ILO의 차별금지 협약으로 인해 비용을 더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홍콩, 싱가포르 등에선 가사도우미 직종을 최저임금 대상에서 배제해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근로자를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ILO 협약 탈퇴는 쉬운 결정이 아닌 만큼 대통령실도 선을 그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국무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음식값, 선물 한도 규제 등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개선해 달라"고 요청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인용하기도 했다. 2015년 제정된 김영란법의 상한액은 선물만 상향되었을 뿐 식사비 3만원 제한은 8년째 그대로다.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오히려 5만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해 윤 대통령은 "기술 탈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3배 이내로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5배까지 강화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는 민생 관련 법안이 많이 있다"며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보조금관리법,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미래 산업전략을 위한 우주항공청법 등을 예로 들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려워하는 목소리, 서울 홍대 부근 상가 등 인파 밀집 지역에서 폐쇄회로(CC)TV 등 치안 인프라스트럭처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 등을 전하며 "하나하나가 현장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신랄한 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런 현장 소통 행보를 시스템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 당장 눈앞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국빈 방문 성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민생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 107조원 규모의 우리 기업이 뛸 운동장이 중동 지역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러한 대규모 수출과 수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와 민생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이 '국민은 정부 고위직과 국민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벽에 작은 틈이라도 열어줘서 국민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일부라도 전달되기를 간절하게 원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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