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입은 도크 … LNG선 4척 동시 건조
친환경 연료 LNG운반선 곳곳
선체 길이만 336m 추진선도
공정 디지털화로 생산성 제고
AI·사물인터넷 적용된 관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대응
저탄소 위한 설비개발도 꾸준
지난 27일 오전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내 E안벽.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자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선 '이글 벤투라(Eagle Ventura)'호가 위용을 드러냈다. 선체 길이 336m, 높이 47m로 아파트 15층 높이에 갑판 면적만 축구장 3개 크기인 이글 벤투라호는 선주사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선상과 지상을 잇는 시스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에 오르니 3750㎥ 용량의 초록색 LNG 연료탱크 2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LNG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버티게 해주는 고망간강 소재로 만들어진 LNG 연료탱크가 VLCC에 탑재된 건 이글 벤투라호가 세계 최초다.
이글 벤투라호를 둘러본 뒤 차량으로 5분간 조선소 중앙을 가로질러 도착한 상선 건조 구역 내 제1 드라이 도크에서는 LNG 운반선 4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37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높이에 해당하는 약 103m의 골리앗 크레인이 굽어보는 가운데 약 7만㎡ 규모의 도크 곳곳에 위치한 소형 크레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오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 1도크가 초대형 유조선으로 가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며 "내년엔 제2 도크에서도 LNG 운반선만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현장이 LNG 운반선·이중연료 추진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최적화된 구조로 변하고 있다. 밀려드는 수주량을 소화하기 위해 내업공정(선박 구조물인 블록을 만드는 공정)부터 시운전까지 전 과정에 걸친 공정 디지털화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LNG 화물창·연료탱크의 효율과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품질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면서다. 매일경제가 찾은 스마트야드 실증센터의 대형 전광판에서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490만㎡ 규모 거제조선소 전 생산 공정을 한눈에 일별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과 센서 기술이 적용된 해당 시스템을 통해 선공정과 후공정의 부문별 생산 진도 현황뿐 아니라 어떤 작업장이 과부하 상태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건조 중인 LNG 운반선과 LNG 이중연료 추진선도 스마트 생산 시스템의 관제하에 제작되고 있다. 권순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스마트야드연구팀장은 "기존에는 담당자가 유선을 통해 작업 진행 상황과 공정 진도를 확인해야 해 효율이 저하됐다"며 "현재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직관적인 현황 파악과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NG 운반선의 핵심인 '화물창'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거제조선소 에너지 플랜트 건조 구역 바로 아래 위치한 에너지시스템 실증센터에서는 LNG 운반선의 표준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LNG 재액화장치 실증 설비가 마련돼 있었다.
화물창에 담긴 LNG는 운송 중 기화돼 증발가스(BOG)가 생성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BOG를 모아 다시 액체 상태의 가스로 만들어주는 것이 재액화장치다. BOG를 대기로 방출하거나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면서 기화되는 LNG 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
LNG의 출렁임(슬로싱)으로 인한 화물창이나 연료탱크 내부 손상을 최소화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거제조선소 내 슬로싱연구센터는 슬로싱 모션 플랫폼 2기와 500여 개의 압력 센서 및 데이터 획득장치를 갖추고 24시간 무인자동화 상태로 실험 중이다.
[거제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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