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흥행의 짙은 그림자, 신인 드래프트 역대 최저 취업률

이정호 기자 2023. 10. 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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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2023-2024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성화재 이윤수(앞줄 왼쪽부터), 우리카드 김형근, OK금융그룹 박태성, 삼성화재 양수현, KB손해보험 윤서진, 한국전력 신성호, 현대캐피탈 김진영 등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30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끝난 한국배구연맹(KOVO) V리그 2023~2024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프로행을 위해 드래프트 신청서를 접수한 선수들은 근사한 정장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은 선수는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총 42명 가운데 취업률은 47.6%에 불과하다. 계약금을 받지 못하는 수련 선수(2명)까지 포함해 20명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이는 2005~2006시즌의 56.25%(16명 중 9명)보다 낮은 역대 최저다.

역대급 흥행 무드 속 프로배구의 그림자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대학 등 아마추어 배구 저변이 더 열악해지고 있는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배구계가 오랜 시간 고민해오면서도 풀지 못한 숙제다.

최근까지도 모교 성균관대학교에서 지도한 경험이 있는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대학선수들을 바로 프로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좋지만 쉽지 않다”고 짚으면서 “선발해도 당장 쓰지 않을 팀들도 많다. 즉시 전력감이 없고, 아시아쿼터제 도입 등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대 사령탑을 거친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 역시 “일단은 프로팀들이 많은 선수들을 뽑지 않은 현실이 배구 선배로서는 안타깝다”면서도 “실력적인 면에서 배구 수준이 아직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취업률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두 팀은 수련선수까지 총 4번의 지명권을 모두 썼다. 대한항공은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한 탓에 현실적으로는 2라운드에서 홍익대 아포짓스파이커 김준호를 뽑은게 전부다. 기본기가 약하다는 평가 속에 한국 배구 역대 최장신(216㎝cm)로 시선을 모은 경희대 미들블로커 조진석도 외면받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매번 말이 나오지만 저변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유소년에 즐기는 배구는 많이 보급된 상황인데, 선수 등록으로 이어져 좋은 선수로 발굴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는 프로에 온 선수들을 가르칠게 없어 심리적인 부분만 관리해주면 된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는 프로에서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면서 “사실 지금 자원이 없는 상황이라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힘들다. 꼬인게 많다”며 “엘리트 체육으로 전환해 훈련량을 늘리면서 어린 선수들이 배구에 더 애착을 갖고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얼리 드래프트 트렌드가 된 것도 향후 대학배구를 고사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 시즌 1라운드 지명자 전원이 대학 졸업 전에 나온 선수들이었다. 이번에도 1라운드 지명 7명 가운데 6명이 ‘얼리’로 프로 지명됐다. 후인정 감독은 “앞으로도 (가능성있는 선수들은)얼리 드래프트 신청이 많을 것”이라면서 “거기에도 선수들이 없는데, 그런 부분을 바꾸기 위한 연맹과 구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배구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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