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 2명 중 1명은 '우울, 불안' 겪는데…상담받기 어려운 이유

이지현 기자 2023. 10.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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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29살 A 씨. 무직에 1인 가구로 생활하고 있는 A 씨는 우울증을 진단받았습니다. 불안과 불면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A 씨는 "사설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으면 한 회당 돈 십만원은 들어간다고 들었다"면서 "효과는 좋겠지만 (비용이) 부담된다"고 했습니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상담 센터도 알아봤습니다.

그는 "자치구에 있는 마음 센터 같은 곳을 찾아 상담 신청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며 "그렇게 거의 1년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우울, 불안, 불면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A 씨처럼 치료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원활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 부문에서의 정신건강 서비스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시민 2명 중 1명은 "우울, 불안, 불면 등 정신건강 문제"


서울 시민 절반은 '우울, 불안, 불면'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1개 이상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pixabay〉

서울연구원이 19~74세 서울시민 2179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 시민의 52.5%는 한 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는다는 시민이 3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우울(26.2%)과 불면증(19.0%) 순이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정신질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만연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조사 결과입니다.

특히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청년층은 우울, 불안, 불면증,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알코올 중독, 자살 생각, 자살시도 등 모든 정신건강 문제에서 중장년과 노년보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생긴 원인은 세대, 경제활동 여부, 직업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양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은 "우울의 경우 청년과 중장년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미취업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면서 "반면 노년 우울군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본인의 신체적 질병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생애주기별 우울 위험요인. 〈자료=서울연구원〉

응답자 절반 "도움 안 받고 스스로 해결"



시민 과반이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서울연구원이 설문조사에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49.2%는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에게 이야기한다'가 40.3%,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다' 16.2%였고, '정신건강 관련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답은 13.1%에 불과했습니다.

사설 상담소는 비싸고 공공 부문은 '전문성 미흡' 지적


〈사진=jtbc 화면 캡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A 씨 사례처럼 미취업 상황으로 우울 등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에 십만원 가까이 하는 사설 상담소의 상담 비용은 부담입니다.

그렇다고 공공 부문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자치구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센터는 조울증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나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이 정신건강 상담을 받으려면 보건소나 심리지원센터, 마음상담소 또는 상담 대상이 정해져 있는1인가구지원센터, 50+센터, 청년센터 등을 찾아가야 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정신건강과 관련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는 여러 기관을 통해 대상별 심리상담을 포함한 일반상담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이 기관들이 본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은 아니어서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없는 등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시민 대상 정신건강 서비스, 전문성 높여야"



일반 시민들도 필요할 때 전문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러기 위해선 공공부문에서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죠.

중증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현재처럼 운영하되,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각종 상담 센터의 전문성을 높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서울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은 "기관에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을 늘리거나, 기존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상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통일된 진단 도구 및 분류체계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공공부문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연구원은 "TV, 대중교통, 문자와 애플리케이션, SNS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정신건강 정책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누구나 정신건강에 대해 가볍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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