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점 받아도 팍팍 … 농협금융 '수상한 성과급'

평가점수 40점 미만일 땐
성과급 80%만 지급하는데
하한선 45.5점으로 맞춰
금감원 "경영 개선 필요"

농협금융지주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성과급 지급 기준을 불합리하게 운영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과평가 세부 항목의 최저점을 모두 더해도 최하 등급이 나올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협금융지주는 경영진의 형사처벌과 제재 등이 진행될 경우에 대비한 성과보수 환수 절차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잇따른 금융 사고와 금융사들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내부통제에 빈틈을 보인 셈이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 경영진의 장기이연성과급 지급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경영 개선을 주문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집행간부는 각각 장기성과급의 60%, 45%를 이연하고 연도별 장기 성과평과 결과에 따라 3년간 차등 지급받는다. 특히 성과평가 결과 40점 미만이면 성과급의 80%만 받는 구조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는 성과가 아무리 나빠도 평가 점수가 40점 밑으로 떨어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 회사는 장기 성과평가를 총 7개 항목으로 나눠 집계하는데, 개별 항목의 최하 점수를 모두 더해도 45.5점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는 70점 이상이면 성과급을 100% 지급할 수 있게 해 80점 이상을 받은 사람들과의 변별력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는 장기 성과평가의 세부 평가 항목 배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평가 득점 구간 및 지급률을 개선하는 등 경영진에 대한 장기이연성과급 지급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 개선 요구의 경우 3개월마다 해당 지적 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바뀔 때까지 해당 사항에 대한 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기 검사에서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의 경영진 성과보수 환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는 성과급 지급 유보 조건과 재무제표 오류 또는 부정으로 인한 손실 발생 시 구체적인 환수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경영진에 대한 성과보수 환수 사유를 구체화하고, 지급 유보 조건을 내규에 반영하고 은행·생명보험·증권 등 자회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일관성 있는 성과보수 환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정기검사 지적사항에 관해 해당 내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