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에 개방적 DNA" … 아일랜드, 인력난·저출산 둘다 해결
유럽 최고 수준 난민 수용
전체 인구 2%가 우크라인
과감한 이민자정책 시행에
출산율 伊·스페인보다 높아
"난민들에게 재교육 제공
노동시장 기여하게 해야"
◆ 아일랜드의 교훈 ◆
아일랜드는 예나 지금이나 '이민의 나라'다. 과거에 미국, 호주 등 각국으로 이민자를 보내는 나라였다면 이제는 이민자를 받는 나라로 바뀌었을 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나라도 아일랜드다. 인구 500만명이 조금 넘는 아일랜드가 9만4000명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았다. 인구 대비 1.9%를 넘어서는 수치다. 물론 독일(약 108만명), 폴란드(약 96만명) 등이 수용한 우크라이나 난민에 비하면 얼마 안 되지만 독일 인구가 아일랜드 인구의 16배가 넘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특히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약 20%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최근 아일랜드는 글로벌 기업 진출이 늘면서 주택난이 심화돼 국민이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호텔을 비롯한 정부 지원 주거지역을 내주는 길을 택했다. 그 덕분에 아일랜드 인구는 505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지난 15년 만에 가장 큰 규모가 됐다. 만약 전쟁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3만~5만명에 이르는 난민이 아일랜드로 더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사이먼 해리스 고등교육·혁신과학부 장관은 "이민자를 수용하는 마음은 아일랜드인의 DNA"라고 설명했다. 1800년대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던 선조의 피가 이어져 내려오면서 전쟁의 참화를 피해 넘어온 우크라이나인에게 과감히 국경을 열어줬다는 얘기다.
다음달 2일 한국을 찾는 해리스 장관은 지난 25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진행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1800년 초 800만명에 달하던 아일랜드 인구는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 200만명 이상 급감했는데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이 증가하면서 아일랜드로 이민을 오는 인구가 많아져 전체 인구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과감한 이민자 수용책을 쓰다 보니 출산율도 꾸준히 1.7%대를 유지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출산율 1.3%), 이탈리아(1.2%) 등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들 중 여성과 어린이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교육 문제는 심각하다. 단순히 살 곳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쳐야 사회 불안 요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장관은 난민들을 재교육시켜 노동시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난민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노력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어린이들에게만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성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도 사회 적응을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유럽연합(EU) 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아일랜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러시아에 대한 강경 노선을 유지하면서 인도주의적·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특히 최근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지역에까지 분쟁이 심화되자 내각 수뇌부가 이스라엘을 직접 찾아가는 등 인도적 지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해 왔으며,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며 "한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의 원칙에 대해 광범위한 지지를 표시해준 것에 대해 아일랜드는 EU 국가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끝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평화협정의 조건, 일정 등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달려 있지만 러시아가 침공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평화협상을 위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버라드커 총리는 "이제 다시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가 전쟁에 지쳐 우크라이나를 외면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건 결국 아일랜드와 한국이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유에 대한 가치를 저버리는 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차 강조했다.
[더블린 한예경 글로벌경제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남현희 “성관계 시 분명 남자…고환 이식 주장 믿었다” - 매일경제
- “세상이 무너졌다”…술집 女화장실 ‘툭’ 떨어진 아이폰 보니 ‘맙소사’ - 매일경제
- [단독] 누리호 기술 담긴 하드 떼어갔다…이직 앞둔 직원들 변명은 - 매일경제
- [단독] 로또사업자 돌연교체 알고보니…조달청, 허위서류 확인 못해 - 매일경제
- 전청조 “남현희, 2월부터 재벌 사칭 알았다…가슴 수술 권해” - 매일경제
- 결혼식 입장하다 ‘날벼락’…신부에게 똥물 투척한 여성의 정체 - 매일경제
- “한국서 이런 車는 민폐? 솔직히 타고 싶다”…가족이 더 좋아하니까 [최기성의 허브車] - 매일
- “아이 전학오면 월 320만원에 집도 준다”…파격 제안한 신안군 - 매일경제
- 집집마다 난리에 ‘K가전’ 부상…특허출원도 한국이 1위 - 매일경제
- ‘역시 어린이 인기 No.1’ 이정후 “아직 ML 도전 실감 안 나, 미국 건너가 봐야…”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