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목소리 낼 공간 이곳뿐"... 서울광장 분향소의 운명은 [이태원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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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있습니다.
유족들은 "여기 말고는 목소리를 낼 곳이 없다"며 버티고, 서울시는 "불법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민 대표는 "유족들도 오롯이 추모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길 원하지만,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광장을 떠날 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낼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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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불법 점유·무단 사용' 변상금 부과
유족 "강제 철거 시 불행한 사태 날 것"
1주기 후 영구 추모 시설 논의 본격화
편집자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있습니다. 유족들은 "여기 말고는 목소리를 낼 곳이 없다"며 버티고, 서울시는 "불법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희생자 추모시설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올해 2월 4일. 유족들은 희생자 사진을 가슴에 품고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나섰다. 용산 대통령실과 삼각지역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가던 추모행렬은 돌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유족과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측은 이곳에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고, 막으려던 경찰 및 공무원과 충돌했다. 3시간에 걸친 갈등 끝에 159명 영정이 서울광장 천막 속 제단에 설치됐다.
그로부터 267일이 흐른 이달 29일. 참사 1주기에도 서울광장 분향소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철거 방침 등 숱한 논란이 이어지며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운명이다.
유족들은 서로 아픔을 보듬는 ‘치유’의 공간이 된 광장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서울시는 “불법 시설물은 철거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5월 공유재산법에 근거해 무단 사용에 따른 약 2개월치(2월 4일~4월 6일) 변상금 2,970만 원을 부과했고, 시민대책회의 측이 납부했다. 서울시는 4월 6일 이후 사용에 대한 변상금도 추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감에서 “분향소를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정민 이태원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혹시나 강제 철거 작업이 이뤄진다면 굉장히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 의견은 어떨까. 한국일보와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공동 진행한 시민 설문조사에선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해 “유가족 뜻을 존중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39.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철거해야 한다”가 24.8%였고 “1주기까지만 유지하자”가 16.2%로, 두 응답을 합치면(41.0%) 서울광장 존치론과 비슷한 비율이다. “별도 장소에 기억공간을 마련하자”(12.1%)는 의견도 있다.
유족들도 서울광장 분향소를 언제까지나 유지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는 있다. 다만 철거 방식은 “유족들이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민 대표는 “유족들도 오롯이 추모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길 원하지만,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광장을 떠날 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낼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참사 1주기가 지나고 나면 분향소를 대신할 영구 추모시설에 대한 논의가 본격 이루어질 전망이다. 앞서 서울시는 2월 녹사평역(지하 4층)과 시청 인근 건물 3층 사무실(약 200㎡)을 임시 추모공간으로 제안했지만 유족 측은 소통 과정에 진정성이 없고 추모시설로도 적합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오세훈 시장은 참사 1주기 이틀 전인 27일 입장문을 내고 유족 측과 협의해 참사 현장에 추모시설을 설치한 사실을 언급하며 “희생자분들을 애도할 수 있는 영구시설에 대한 지혜도 모으고 있어, 유가족분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시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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