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0가구 한남3 이주에 인근 전월세 '들썩'
전세 올초보다 5천만원 올라
조합 높이규제 완화도 추진
서울시 "남산경관 보호해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추진한 지 20년 만에 '이주'에 나섰다. 8000가구 이상이 본격 이사 채비를 하며 주변 전월세 매물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남뉴타운(한남재정비촉진지구) 나머지 구역들도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동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용산구는 30일 "한남동과 보광동에 있는 한남3구역의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주민 이주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2003년 11월 한남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약 20년 만이다.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 2~5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한남3구역이 대장 구역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고 조합원 수도 3800명 이상으로 제일 많기 때문이다. 구역 안 이주 대상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기준 약 8300가구다. 이 가운데 세입자가 약 6500가구다. 용산구 관계자는 "상가 세입자 손실 보상 절차 등을 진행해야 한다"며 "대규모 이주인 점도 고려하면 (이주에는)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은 이주·철거 절차에 몇 년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할 방침이다. 설계 변경을 통해 상업시설을 줄이고 주거 비율을 높일 뿐 아니라 주동 수를 줄이는 방향을 잡고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현재 한남뉴타운 일대는 남산과 가까워 해발고도 90m 이하로 높이 제한을 받고 있는데 남산 경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이 확고해 높이 제한 완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규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한남3구역은 기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대로 재개발을 추진하면 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한남3구역에는 최고 지상 22층 높이 아파트 197개동이 들어선다. 전체 5816가구로, 분양 주택은 4940가구다. 토지 등 소유자에게 4069가구를 공급하고 일반분양은 831가구 나온다. 임대주택도 876가구가 공급된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된다.
대장구역 이주가 시작되며 주변 전월세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셋값은 올해 초 대비 3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그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인근 구역의 방 2개짜리 빌라 전세가는 10평 초반대가 1억5000만~2억원, 10평 후반대가 2억5000만~3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 문의는 확실히 많은데 매물은 부족하다"며 "상태가 아주 열악한 노후 주택 전세만 조금 남았다"고 했다. 현장에선 전월세난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물건 희소성으로 이미 가격이 한 차례 오른 상황에서 이주비 대출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전세와 매매 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구역들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한남2구역은 한남3구역 다음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구역이다. 한남2구역은 현재 대우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맺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고도 제한을 118m로 완화하는 내용의 '118 프로젝트'를 내세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었고 최근 총회에서 재신임받았다. 하지만 역시 높이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한남4·5구역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한남4구역은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라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한남5구역은 중대형 평형 비율이 높아 고급 단지로 구성될 계획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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