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 손잡고 ‘동학농민군 희생 사죄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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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증조부님도 나주 다시면에서 동학 전투에 참여하셨다가 돌아가셨지만, 주검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영채(77)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은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나주역사공원에서 열린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비' 제막식에서 '슬픈 가족사'를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한·일 두 나라 시민들이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비를 동학농민혁명 발발 129년만에 세우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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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증조부님도 나주 다시면에서 동학 전투에 참여하셨다가 돌아가셨지만, 주검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영채(77)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은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나주역사공원에서 열린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비’ 제막식에서 ‘슬픈 가족사’를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그는 “나주 사죄비는 한국과 일본 ‘동학’ 시민들의 노고와 바람의 결실”이라며 “나주 사죄비의 현장은 한·일 평화화 화해의 원점이자 동북아·세계 평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두 나라 시민들이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비를 동학농민혁명 발발 129년만에 세우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나주시와 사죄비건립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엔 일본인 동학기행 참가자 30여명과 한국 쪽 참가자, 신정훈 국회의원, 윤병태 나주시장 등 한·일 두나라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동학농민혁명군의 넋을 기리면서 전날 세상을 뜬 고 나카쓰카 아키라(95) 사죄비 건립 일본 쪽 공동추진위원장(일본 나라대학 명예교수)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묵념에 이어 동학농민군 혼을 부르는 행사가 이어졌다. 행사장엔 1894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나주에서 일본군에 학살당한 농민군 접주급 지도자 29명의 이름이 한명씩 차례로 호명됐다. 시 낭송가 김태정씨는 나천수 나주목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이 쓴 ‘동학농민혁명군 혼을 부르는 시’를 구슬프게 노래했다. “영광에서 체포돼 나주로 압송된 대접주 노명언, 함평에서 체포돼 나주로 압송된 접주 김덕홍, 무안에서 체포돼 나주로 압송된 접주 최장현 등의 영령이여!”
나주 사죄비는 2006년부터 한일동학기행에 참여해온 일본 역사학계 학자와 시민들과 한국 시민들이 모금한 비용으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학 나동환 접주의 증손자인 나태균(69·나주시)씨는 “일본 시민들이 힘을 모아 동학농민군 넋을 위로하는 사죄비를 세운 현장에 오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사죄비 건립에 힘을 쏟았던 이노우에 가쓰오(80)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일본이 일으켰던 ‘비도(非道)한 전쟁’의 실상을 해명하고 그것을 후세에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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