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온 푸틴·리커창…최고권력자들이 왜? 심장 전문의 분석보니
러시아와 중국에서 권력자로 군림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과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이하 리커창). 이들에게 최근 심정지가 찾아와 한 명이 사망한 가운데, '심정지가 발병한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푸틴은 침실에서, 리커창은 수영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분석이다.
앞서 전직 크렘린궁 내부 인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계정 '제너럴 SVR'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푸틴(71)이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특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이 채널은 "모스크바 시각으로 오후 9시쯤 관저에서 근무 중이던 푸틴의 보안 요원들이 대통령의 침실에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요원 2명이 곧바로 침실로 들어갔고 침대 옆 바닥에 쓰러져 있는 푸틴과 테이블이 넘어져 음식과 음료가 엎질러진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푸틴은 눈이 뒤집힌 채 바닥에 쓰러져 경련하고 있었고, 관저의 가까운 방에서 근무하던 의료진이 즉시 호출됐다고 한다. 의사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심정지 상태'로 진단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며, 제때 처치를 받은 푸틴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그가 의식을 되찾았는 것이다.
침실에서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소견은 뭘까. 이경훈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압이 높은 환자가 서 있다가 침대에 눕는다고 해서 체위에 따른 혈압 차로 심정지가 생기지는 않는다"며 "침실에서 심정지가 찾아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심근경색을 앓아온 환자가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했을 때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저질환으로 심근경색을 앓아온 사람이 배우자와 성생활을 할 때 심정지가 찾아올 확률은 낮지만,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외도하는 경우 그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경훈 교수는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때 긴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복상사의 경우도 배우자와의 성관계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의학적으로도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다음으로 꼽히는 심정지의 두 번째 원인 질환은 '심한 부정맥'이다. 부정맥으로 심장박동이 갑자기 멈추면서 심정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심근경색 후 부정맥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제세동기로 전기 충격을 가해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를 주변에서 목격했을 때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할 건 심폐소생술이다. 심폐소생술의 목적은 환자의 뇌로 가는 피를 공급하는 게 최우선이다. 팔다리의 모세혈관엔 10여 시간 동안 피가 가지 않아도 살아남지만, 뇌는 5분만 피가 가지 않아도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심정지의 원인이 심근경색인 경우 심폐소생술을 빨리만 시도하면 혈액순환을 정상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심정지의 원인 질환이 부정맥인 경우 심폐소생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갑자기 찾아온 심정지의 원인 질환이 부정맥인지 주변에선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주변에 환자가 심정지로 쓰러졌을 땐 119에 신고한 후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주변에 제세동기 장비가 있으면 전기 충격을 병행해 심장 리듬을 확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리커창이 사망한 이유에 대한 경우의 수가 여럿 제기된다. 중국중앙TV(CCTV) 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 퇴임한 리커창(68)은 지난 27일 사망했다. CCTV는 "리커창 동지에게 26일 갑자기 심장병이 발생했고,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상하이에 머물던 리커창이 수영하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 교수는 "수영장엔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어 심폐소생술은 즉각 처치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만약 부정맥이 원인이었다면 몸에 물이 묻은 상태에서 안전요원이 전기 충격을 가하기엔 무리가 따라 골든타임을 지체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영 도중 심정지를 일으킨 원인이 부정맥이면 몸의 물기를 닦아낸 후 제세동기 장비를 이용해 전기 충격을 가해야 한다. 만약 안전요원이 맨손으로 전기 충격을 가한다면 자신도 감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커창은 평소 심장 건강이 좋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리커창은 과거에 관상동맥우회술을 받기도 했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좁아진 관상동맥(심장 내 왕관 모양의 혈관)을 대체할 혈관을 연결해 심장에 혈류를 공급할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수술법이다. 심근경색이 있는 경우, 당뇨병이 있으면서 다혈관 질환인 경우, 좌주간부(왼쪽 관상동맥)에 병변이 있으면서 심한 석회화 등으로 스텐트 삽입 같은 시술이 어려운 경우, 콩팥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 등에서 관상동맥 우회술을 고려할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지지만, 심장이 괴사하는 심근경색과 달리 심장 구조 자체가 손상당하지는 않는다. 협심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술은 시행하지 않는 이유다.
이 교수는 "리커창에겐 단순히 협심증이 아닌 심근경색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협심증만으로 심장 마비가 오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그가 이미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았다면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심장 건강을 잘 관리하려 했을 것이므로 준비운동 없이 무리하게 수영장에 들어가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단순히 심근경색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 그러니까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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