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에 학부모들 "아이가 실험대상", "태풍 속 밀어넣어"

서혜림 2023. 10. 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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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현장설명회 열어 개편 내용 설명
내신 5등급 상대평가·심화수학 도입 여부 등 놓고 '설전'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 설명 듣는 학부모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교육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0.3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택과목을 없애고 고교 내신을 5등급제로 전환하는 '2028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해 학부모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교육부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사전 신청을 한 수도권 학부모 250여명을 대상으로 2028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현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내신평가 체계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개편하는 내용의 대입 개편 시안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내신평가는 논·서술형 평가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날 설명회에서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2028학년도 대입부터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유리하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5등급제로 인해 특목고·자사고가 더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5등급제로 과도한 경쟁이 완화될 수 있어 내신 사교육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고교 전 과정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내신 사교육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비슷하게 답했다.

올해 중2 학생부터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적용받기 때문에 중3 학생이 재수하게 된다면 입시에서 불이익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는 "내신 9등급제를 적용받은 학생들도 대학들이 정확히 점수를 환산해 평가할 수 있다. 국어·영어·수학도 현재 수능에서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불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모멘트] '2028 대입'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교육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2023.10.30 [THE MOMENT OF YONHAPNEWS] ksm7976@yna.co.kr

하지만 학부모들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특히 대입 개편 시안이 처음 적용되는 현 중2 학부모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아이를 태풍 속으로 밀어 넣는 것 같다", "아이가 실험 대상으로 첫 스타트를 끊게 됐다"고 말하면서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한 학부모는 "논·서술형 시험을 도입하면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점수를 깎지 않나. 공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수준 성취기준이 있고, 교사들은 사전에 평가계획을 세워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내용을 (채점) 근거로 제시하게 돼 있다"며 "저희도 국가 수준의 성취 수준을 세분화해 보급하고, 교원 연수를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학부모는 "시안에 따르면 이공계 과목이 수능에서 약화한 것 같다. 심화수학도 안 들어가면 이공계 지망 학생들은 어떻게 대학에서 선별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정 과장은 "심화수학 내용도 실질적으로 대학교 1학년 때 (배우는 내용과) 중복됐다"며 "심화수학 도입은 교육부에서 여러 가지를 고민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8 대입'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교육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2023.10.30 ksm7976@yna.co.kr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수능과 내신의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대학생의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입장에서 전혀 해본 적 없는 (고교학점제와 절대평가) 자료를 가지고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추상적일 수 있다"며 "아직 학교 현장의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바뀐 입시제도로 각 대학에서 제대로 학생을 선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학부모 질문에 정환 고려대 인재발굴처장은 "현재 시행하는 전형에는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시에서도 교과를 볼 수 있고, 수시에서도 학생부를 볼 때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들었을지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도 어떻게 전형을 설계할지 연구를 계속해보겠다"고 답했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는 이날 설명회가 열리는 글래드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개편 시안이 사교육을 폭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내신 5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하면 오히려 1등급 쟁탈을 위한 경쟁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며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한 9등급이든 5등급이든 경쟁의 압박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주부터 지역을 순회하며 대입 설명회를 개최하는 교육부를 향해 "사교육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고,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책만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교육 시민단체인 국민희망교육연대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8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고교학점제 도입은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편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 시안과 관련해 지난 25일 대전과 이날 서울에 이어 다음 달 9일 광주, 10일 부산에서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개최한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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