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홍준표, ‘대사면’ 놓고 국힘 지도부와 충돌 ‘쉰카콜라’ 논쟁도
당사자들 연일 비판 메시지 쏟아내
당 지도부는 거센 반발에 맞불 놓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30일 1호 혁신안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사면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사면 대상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당내 분란이 심화하고 있다. 1호 혁신안 수용 의지를 드러냈던 당 지도부는 홍 시장과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반격 태세로 돌아섰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홍 시장과 이 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정무실장에 대한 사면안을 다음달 2일 최고위원회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의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당 대표가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서 징계를 취소하거나 징계를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걸 정치적인 용어로 승화시켜 대사면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며 “누구부터 누구까지 사면을 할 건지는 지도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지난 27일 당내 인사 징계 취소를 1호 혁신안으로 내놓은 직후 당사자들인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는 연일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 판을 짜야 하는데 고만고만한 너희끼리 이 난국 돌파가 가능하겠나”라며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그걸 받아 주겠나”라고 썼다.
이날 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홍 시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면이라는 건 죄지은 자를 용서해 주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용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단순히 징계를 취소하면 될 걸 대사면 운운하고, 당에 무슨 대통령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징계 취소를 하고 안 하고는 내가 정치하는 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징계를 받은 게 앞으로의 정치 역정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정당의 윤리위 징계를 희화화하면서 사용해 온 사람들이 이것(사면)을 또 대단한 시혜적 조치인 것처럼 하고 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무와 선거에 개입하는 용산(대통령실) 인사를 영구 제명하겠다는 것이 첫 혁신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SNS에 “‘제발 사면 좀 받아줘’는 이제 그만 해라. 좀스럽고 민망하다”라며 “‘쉰카콜라’라는 말이 당 대변인 입에서 나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썼다.
당 지도부는 이날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맞불을 놓았다. 당 통합을 목표로 내세운 대사면이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은 지난 7월 수해가 심했던 상황에서 골프를 쳤던 것을 이제 와서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그 당시 윤리위원회 결정을 했던 윤리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홍 시장 SNS의) 댓글을 보니 ‘홍카콜라’인 줄 알았더니 ‘쉰카콜라’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시 (징계) 결정을 했던 윤리위원님들의 결정 사항을 한 번 돌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다시 시험을 봐서 다른 학교로 가려고 하는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학기 교수님이 평점을 안 줬다거나 학사지도를 잘 안 해 줘서 불평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혁신위의 윤리위원회 징계와 관련된 소식이 기사화되자 일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듣보잡’ ‘주접’ ‘권력의 앞잡이’ 등의 원색적인 표현이 동원됐다. ‘우격다짐식’ ‘아량이라도 베풀 듯 접근하지 말라’는 비난도 더해졌다”며 홍 시장과 이 전 대표의 반발을 비판했다. 그는 “혁신위의 논의는 당의 화합과 통합을 통해 그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원팀으로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변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분골쇄신하려는 당의 노력과 결정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오물 같은 말들을 부끄럼 없이 쏟아내는 자들이 설치니 다음 세대들이 배울까 걱정이다”라고 썼다.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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