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0년 된 '동일인 지정제' 개선방향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 체제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경제력 집중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 집중 현상은 단순한 시장 경쟁의 산물이 아니라 정부의 고도성장 정책의 결과인 특징을 가진다. 경제 개발 시대 이후 대규모기업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돼 나타나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은 1986년부터 기업집단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이라 함은 동일인이 회사인 경우에는 그 동일인과 그 동일인이 지배하는 하나 이상의 회사의 집단이고, 동일인이 회사가 아닌 경우 그 동일인이 지배하는 둘 이상의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집단의 범위가 정해지려면 그에 앞서 논리적으로 동일인이 확정돼야 한다. 동일인은 기본적으로는 소위 총수로 지칭되는 자연인이 지정되고 있으나, 총수 없는 집단이라고 하여 회사가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공시된 기업집단 중 회사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집단은 포스코, 농협, KT, HMM, 에쓰오일 등 10개 기업이다.
동일인으로 지정된 자연인이 회사보다 많은 것은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연원(淵源)과 관련이 있다. 제도의 도입기인 1980년대는 소위 재벌 총수로 불리던 1인의 권한이 막강해 그의 지시가 모든 계열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시기였으므로 그 1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용이했고, 지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전통적인 재벌 1세대가 사망 등으로 퇴진하고 3세대 내지 4세대 등으로 이어지면서 기업집단의 상속 과정에서 형제·남매간 경영권 분쟁도 나타나 지분의 분산과 함께 권한의 분산도 이뤄지게 되었다.
한편 IT와 바이오 등 소위 빅테크 산업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네이버와 셀트리온 등 10여 개 기업집단이 규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고 그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 기업집단의 경우 현재까지는 자연인으로서의 동일인 외에 그 가족 지분의 소유가 미미하며, 대체로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구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계열 기업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자신의 주력 사업에 집중해 기존 재벌 기업집단에서 나타난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동일인을 회사로 확정할 경우에 "해당 기업집단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47조에 규정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와 관련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을 회사보다는 자연인으로 확정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추론하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는 기업집단의 경영에 따른 개인적인 사업기회 유용 및 사익 편취와 관련이 있으며, 기업집단의 구조적인 통제와 관련된 다른 규제 조항(상호출자의 금지, 순환출자의 금지,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의 금지,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등)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의 대상은 회사 또는 기업집단에 지배적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사익을 편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들의 인적 집단으로 규율하고, 다른 행위의 주체는 객관적·정량적으로 파악된 지배회사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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