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가짜뉴스 걸러내는 법 가르치기
어린이·청소년 대부분이
가짜뉴스 비판 없이 믿어
정보 신뢰성 따져보는 습관
학교와 가정에서 가르쳐야
미국 스탠퍼드 교육대학원의 스탠퍼드역사교육그룹(SHEG)은 2019년 미국 14개 주에서 3446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보 평가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를 공개했다. 학생들에게 '이산화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실적 보고서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웹사이트를 알려줬다. 정보의 신뢰도는 온라인 검색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일러줬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이 사이트 운영 단체가 화석연료 회사에서 자금 지원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학생의 96%는 연관 관계를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투표소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쓰레기통에 넣는 장면이 담긴 조악한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2016년 미국 민주당 예비선거 당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의 52%는 이 영상이 미국 부정 선거의 증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영상은 러시아에서 찍힌 것이다.
영국 의회와 리터리시재단이 비슷한 연구 끝에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5명 중 1명이 온라인에서 읽은 것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 초등학생 중 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분할 수 있는 학생은 3.1%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실험 결과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진실을 구분하는 능력까지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메시지를 분석·평가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가짜뉴스 논란이 거세진 미국에서는 뉴저지·캘리포니아주 등이 유치원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했다. 학교뿐 아니라 부모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공된다. 전미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는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접할 때 △누가 만든 것인지 △누가 돈을 냈는지 △이 정보로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 △누가 피해를 보는지 △다른 사람은 이 메시지를 어떻게 다르게 이해할 수 있을지 등을 떠올려보도록 지도할 것을 권한다. 자녀와 뉴스를 공유하고 뉴스의 출처를 찾아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봤어요"가 아니라 "뉴욕타임스에서 읽었어요"라고 대답하게 하는 식이다. 우리 정부도 허위 정보 예방수칙으로 3권(사실과 의견 구분, 비판적 사고, 공유 전 한 번 더 생각하기)·3행(출처·작성자·근거 확인, 공신력 있는 정보 찾기, 사실 여부 재확인)·3금(한쪽 입장만 수용, 자극적 정보에 동요, 허위 정보 생산·공유)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만 지켜도 아이들은 거짓 정보를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게 될 것이다. SHEG는 훈련된 교사에게서 1시간씩 6차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출처 신뢰성 판단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내놓기도 했다.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의 저자인 제랄드 브로네르 프랑스 디드로대 교수는 "목소리가 큰 인터넷 권력자들의 인터넷 지배 현상을 볼 때, 과연 인터넷이 민주주의 장인지 의문"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적 면역체계를 갖춰야 하고, 면역력을 갖추도록 가르치는 것이 오늘날 교육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한다.
한 개의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는 동안 열 개 이상의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있고, 딥페이크 등 기술 발달로 가짜뉴스 가려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가짜뉴스를 수익형 사업모델로 삼는 1인 미디어도 갈수록 늘고 있다.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이 학교에서, 밥상머리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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