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코앞, 민감한 세법개정 없어"…예산안 '무난한 통과' 기대도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74인, 찬성 203인, 반대 37인, 기권 3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2.12.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의 '2024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관가에선 예산안 처리가 지난해보단 수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예산안 부수 법안인 세법개정안에 민감한 내용이 적고 내년 총선이 임박해 '지역구 예산 챙기기'만 끝나면 여야가 심사를 길게 끌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한 예산안인 '2023년도 예산안'은 지난해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한참 넘긴 12월 24일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가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예산안 심사가 지연된 것은 예산안 자체보단 부수 법안인 세법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의견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과표구간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문재인 정부 때 25%까지 올린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야당이 이런 방안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논의가 길어져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준예산은 다음해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까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전년도에 준해 짜는 임시 예산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22일 가까스로 '법인세율 과표구간별 1%포인트(p) 인하'라는 절충안에 합의해 23일 세법개정안, 24일 예산안을 각각 처리했다. 예산안에선 정부가 전액 삭감하기로 했던 지역화폐 사업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이 쟁점이었지만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추경호 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10.29.

정부가 올해는 상대적으로 세법개정안에 민감한 사안을 담지 않아 예산안 통과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는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해 올해 법인세 인하를 재추진하지 않았다. 세법개정안에 담긴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를 두고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지적하지만 법인세 인하만큼 반대가 심하진 않다는 평가다.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오래 끌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총선이 임박한 만큼 자신의 지역구 예산만 확보하면 의원들 관심사가 예산안보단 총선 준비에 쏠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R&D(연구개발) 지출 감액 등 예산안·세법개정안에 담긴 세부 내용을 두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려 올해도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산적한 것도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세법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주요 입법과제 등 민생 안정과 경제활력 제고 등을 위한 핵심과제를 올해 정기국회에서 적기 처리해 힘을 보태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