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벤처투자, 대기업이 적극 나서라

박준형 기자(pioneer@mk.co.kr) 2023. 10.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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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펀드레이징(펀드 자금 모집)이 너무 힘드네요. 주식 시장도 안 좋아 투자금 회수도 어려운 상황에서 버티기가 참 어렵네요."

최근에 만난 한 중소 벤처캐피털(VC) 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투자 기간이 길고 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다 보니 투자자를 모으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특히 그동안 투자 실적이 좋았던 대형 벤처캐피털에는 그나마 자금이 모이지만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된 중소 벤처캐피털들은 돈 구경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실제 이같이 어려운 현실은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이달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정부 모태펀드 1차 정시에 선정된 10개 운용사 중 9곳이 아직 펀드 결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모태펀드는 본인들이 선정한 운용사에 통상 50% 정도의 펀드 자금을 지원한다. 따라서 선정된 벤처캐피털들은 나머지 50% 정도를 민간에서 모집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모집을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벤처캐피털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액(CVC 제외)은 총 1조69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3조8714억원)에 비해 56% 줄어든 금액이다. 한 푼이 아쉬운 벤처기업들이 올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믿을 곳은 역시 대기업밖에 없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그나마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CVC(기업이 자신의 경영 전략과 연계해 투자하기 위해 설립·보유하는 벤처캐피털) 모임인 CVC협의회가 탄생한 것은 다행이다. 협의회 출범 이후 대기업들의 벤처기업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본다. 중기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미국의 경우 전체 벤처 투자액의 49.5%를 CVC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대기업이 벤처 투자를 이끌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CVC 투자 비중이 22%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중기부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CVC얼라이언스라는 CVC협의체를 만든 만큼, 정부 내 부서 간 밥그릇 싸움이 업계 발전을 그르칠까 하는 점이다. 자신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업계의 앞길을 가로막는 허들(규제)을 낮추는 것이지, 자기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박준형 벤처중소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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