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시티 주민도 대피하라" 최후통첩···남진 '살라미 전술'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10.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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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전 확대
"남쪽으로 이동, 긴급 요청"
가자 북부서 가자시티로 확전
IDF, 한조각씩 영토 장악
바이든 “민간인 보호가 최우선"
두 국가 해법도 제시
[서울경제]
3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소년이 공습에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상전으로 전쟁 국면을 전환한 가운데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남부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공격을 예고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지난 2주간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오늘 우리는 이 요청이 매우 긴급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진입한 지상군을 가자시티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예고로 풀이된다. 국제위기그룹의 마이라브 존제인 수석분석가는 “이스라엘의 지상군은 하마스의 인프라와 무기가 모여 있는 가자시티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IDF는 가자지구 점령 전략으로 속도전 대신 장기전을 채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IDF 군인과 탱크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2마일(약 3.22㎞) 지점까지 침투한 뒤 진지를 구축했다. 이어 AFP통신은 30일 목격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시티 외곽으로 진입하고 북부에서 남부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를 차단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가자지구 영토를 단계적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이에 따라 작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지상군을 투입해 일거에 가자지구를 점령하기보다 북쪽부터 전방위로 조금씩 압박해나가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응 능력을 무력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 설명

속도 조절에는 미국의 요청이 영향을 미쳤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인도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인 희생이 커질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하고 이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도 부담이 된다.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가자지구 내 질서도 붕괴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날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식량 창고에서 밀가루와 위생 용품 등 생필품을 가져갔다. UNRWA의 토마스 화이트 가자지구 담당 국장은 “3주간의 전쟁과 가자지구에 대한 촘촘한 포위 공격으로 시민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은 전쟁 이후 체제에 대한 구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가 (전쟁 이전인) 10월 6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이는 지금의 위기가 마무리되면 그다음은 무엇이 될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우리가 보기에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AP통신은 “두 국가 해법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아니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광범위한 지역 분쟁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전화 통화 중 ‘두 국가 해법’이 평화 조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다. 다만 두 국가 해법은 동예루살렘에 대한 영유권 등 선결 과제가 많아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확전 방지를 위한 외교전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각각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지역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공항에서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폭도들이 난입해 유대인을 색출한다며 난동을 벌였다. WSJ와 NYT는 중국의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반유대주의 게시글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휴전과 관련한 실효적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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