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나답게 플레이 하겠다"

◇3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2~2023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6개팀 감독 및 주요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배경으로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나답게, 우리답게 플레이 하겠다."

새 2023~2024시즌 여자프로농구 슬로건은 '나답게 플레이'이다. 6개팀 감독들과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다운' 플레이를 강조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팀 성적에 대해선 날선 각오를 전했다.

3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WKBL 사상 최초로 팬들과 함께 하는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팬들의 리액션과 환호성이 함께 하면서 선수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고, 서로에 대한 칭찬이 오갔지만 팀의 현실적인 전력에 따른 확실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공개된 팬과 선수들, 미디어의 설문 조사 결과, 센터 박지수가 건강하게 복귀한 KB스타즈가 36.8%(팬)~55.4%(미디어)의 비율로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을 제치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플레이오프 진출권 4강 팀으로는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을 비롯해 BNK썸과 삼성생명이 선정됐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이 우리은행 했다'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동어 반복이고 일반적인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그만큼 우승을 다시 지켜내겠다는 각오였다. 이에 우리은행의 2연패 도전을 막아설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KB스타즈 김완수 감독은 "노란 악마"를 내세웠다. 팀의 상징인 노란색이 밝은 이미지이지만,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처럼 상대가 껄끄러워 하고 무서워하는 팀 컬러를 가져가겠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한 다크호스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배드 걸스(Bad Girls)", 늘 '언더독'으로 지목되지만 끈끈한 농구를 보여주고 있는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은 "뚜껑 열고 전쟁이다"라는 출사표를 내세우며, 상대와 부딪혀 싸워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챔프전 준우승을 거둔 BNK 박정은 감독은 "에너지처럼 화끈한 농구", 그리고 만년 하위권이지만 베테랑 김정은의 복귀로 신구 조화를 꾀하고 있는 하나원큐 허윤자 코치(김도완 감독은 코로나 확진으로 불참)는 "굿모닝 원큐"라는 출사표로 젊은 선수들로 짜여진 팀의 색깔을 보여줬다. 올 시즌 역대급으로 많은 13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으면서 전력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수가 발생했다. 모든 사령탑은 "결코 만만한 팀이 없는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공황장애를 딛고 지난 시즌 복귀를 했다가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치며 팀의 5위 추락을 받아들여야 했던 박지수는 이날 공개된 설문 조사에서 팀 우승과 함께 가장 강력한 MVP로 뽑혔다. 박지수는 영상으로 나온 지난 시즌 경기 장면을 보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현장에 모인 팬들을 놀라게 했다. 박지수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라고 하면서도 이내 밝은 표정을 찾고 "아프기 이전의 나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시즌 초반에는 쉽지 않겠지만 점점 더 나아지면서 팀 우승에 일조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데뷔 16년만에 정규 시즌과 챔프전 통합 MVP에 오른 우리은행 베테랑 김단비는 "MVP를 지켜내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여자농구의 '보물'인 (박)지수가 결코 안주하지 않도록 계속 자극을 주도록 해보겠다. 그래야 진정한 보물이 된다"며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를 마친 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6개팀, 12명의 선수들은 팬들을 위한 즉석 사인회를 개최하며 의미를 더했다. 여자프로농구는 오는 11월 5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우리은행과 BNK썸의 대결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