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쓰고 사형 당한 오경무씨, 56년만에 '무죄'

재판부 "당시 수사기관, 불법체포·가혹행위"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일 발생…깊은 위로 전해"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고 오경무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형 선고 56년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오씨와 여동생 A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사진=최란 기자]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는 불법 체포 및 가혹 행위에 따른 것으로 위법 증거 수집에 해당한다"며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시킬 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고,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심의 경우 재심재판 시점의 개정법령이 판단 기초라며 "개정법에 따르면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과 안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동생 A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빠가 간첩인 줄 알면서 그에게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당시 시대 상황 아래 가족의 정에 이끌려서 한 행위로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사건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씨 동생 경대씨는 그해 '일본으로 같이 가면 무역업을 배울 수 있다'는 이복형 말에 속아 납북됐다가 탈출했다. 그러자 이복형은 다시 제주로 와 오씨를 데려갔으나 북에서 사상교육을 받고 돌아온 오씨는 중앙정보부에 자수했다. 그러나 중앙정보부는 오씨 형제와 여동생 A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1967년 오씨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오씨는 1970년대 초 사형당했다. 동생 경대씨와 A씨는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3년에 집행유얘 5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한 경대씨는 2019년 재심을 청구해 1년 뒤인 2011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