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 김대중 탄생 100주년…극장서 ‘길위의 김대중’ 만난다
네번의 국회의원 낙선, 세번의 대통령 낙선. 수감 71개월과 망명 생활 37개월….
생애를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와 함께한 민주주의자 김대중(1924~2009)의 삶과 투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내년 1월 극장 개봉한다.
‘길위에 김대중’이 기획된 건 10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 초 25권 3920쪽 분량의 ‘김대중 연대기’를 펴낸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장은 생전의 이희호 여사에게 허락을 받아 김대중평화센터와 공동기획으로 다큐멘터리를 준비해왔다. 정 회장은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019년 명필름 이은 대표에게 협력을 요청했고 마침 최낙용 시네마6411 대표와 탁구 남북단일팀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이던 두 제작자 그리고 민환기 감독이 합류하면서 작품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명필름과 최낙용 대표, 민환기 감독은 고 노회찬 의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2021)에서 공동 제작자와 연출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진백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주의자이면서 대통령 재임 시절 한국영화가 지금의 케이(K)컬쳐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던 분”이라며 “그 분의 파란만장하고 감동적인 인생을 세계인들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가량의 분량으로 완성되는 ‘길위에 김대중’은 목포상고 시절부터 청년사업가를 거쳐 정치인 김대중으로 거듭나기까지와 박정희·전두환 독재체제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담금질하던 1980년대까지를 다룬다. 김대중평화센터에 아카이빙된 사진·영상·문서, 김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녹음한 회고록 육성자료 등이 공개되며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는 순간들도 있다.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1982년 10월 이희호 여사가 안기부 간부와 면회 가서 미국 망명을 설득하고 망명 결정에 대한 서약서를 쓰는 과정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다. 또 권노갑·김상현·한화갑 전 의원 등 정치적 동지들뿐 아니라 첫 부인 차용애의 가족 등 30여명이 인터뷰이로 나서 인간 김대중, 정치인 김대중을 회고한다. 영화는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16년 만에 광주로 돌아가는 여정으로 마무리된다.
‘노무현입니다’ ‘노회찬 6411’ ‘김군’ 등 정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최낙용 대표는 민환기 감독과 20테라바이트가 넘는 방대한 자료를 함께 검토했다. 최 대표는 “김대중을 회고하는 건 그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다시 읽는 작업이기도 하다”며 “목숨을 건 순간에도 원칙을 버리지는 않는 강직함이 정치인 김대중과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젊은 층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관객이 후원을 통해 영화에 참여하는 상영위원회 방식으로 완성된다. 명필름과 시네마6411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영화 상영위원회’를 만들어 11월 한 달 동안 텀블벅 펀딩(www.tumblbug.com/dj_road)을 진행한다. 이은 대표는 “좀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고 시민들과 함께 극장을 열고 인간 김대중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자는 차원에서 텀블벅 펀딩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릉·제주 등 전국 10여 도시와 국외 20개 도시에서 만들어진 상영위원회는 후원자들과 소통하며 12월 극장과 비극장 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펀딩 참여자들은 금액에 따라 시사회 티켓과 포스터, 탁상시계, 김대중 피규어 등의 굿즈를 받을 수 있다. 미리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영화 보기 운동으로 확산하면서 개봉 이후 더 많은 이들이 인간 김대중, 민주주의자 김대중을 알아가는 게 ‘상영위원회’의 목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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