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예산전쟁…657조원 예산안 두고 여야 격돌
쟁점 법안 처리까지 맞물려 대치 격화 예상
국정감사를 마친 여야는 11월부터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돌입한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657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한 내 처리’를, 더불어민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등 ‘필수 예산 증액’을 강조한다. R&D 예산 등을 두고 논란이 많은 만큼 어느 해보다 국회 심사가 활발하고 변동성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한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직전 김진표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함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나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때는 불참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음달 1일 예산안 관련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예결위는 다음달 3일과 6일 경제부처 심사, 7~8일 비경제부처 심사, 9~10일 종합정책질의를 한다. 이 기간 각 상임위원회는 예산 심사를 진행한다. 예결위는 같은 달 14일부터 예산소위원회를 가동하고 30일까지 최종 합의안 도출을 시도한다.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12월1일 예산안은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시한은 12월2일이다.
여야는 이날 예산안 심사 시작 전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 야당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지역사랑상품권,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방침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민생예산은 물론이고 미래성장을 견인할 연구개발(R&D) 예산마저 삭감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R&D 예산을 올해(31조1000억원)보다 16.6% 줄어든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한 것은 미래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비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예산안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난번과 같이 대통령실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아예 협의를 안 하겠다”며 “만약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못 지키면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여당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R&D 예산 증액의 당위성이 큰 만큼,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더라도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여야는 쟁점법안을 두고도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다음달 9일 국회 본회의에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서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끝내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 대통령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대치 정국은 12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2월에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밟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이른바 ‘쌍특검 법안’(대장동 50억원·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도 본회의 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른바 ‘4 국정조사’(서울~양평고속도로·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감사원 정치감사·방송장악)도 추진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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