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 “지상파, 드라마 포기 하지 않았나…OTT 대응 못해”
“OTT 등장 예견 않고 똑같은 방식 제작
지금 살아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0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방송사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OTT)의 등장을 대비하지 못해 질 좋은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지상파 3사는 드라마를 다 포기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을 했을 때와 현재의 콘텐츠 환경을 돌아보며 “옛날에는 드라마 왕국이라 불렸다. 방송국에서 (드라마)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았다”며 “그 실력을 계속 유지했다면 OTT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 두 편씩 하고 있지만, 외주를 주면서 제작비를 깎아 정말 열악한 환경이 됐다”며 “OTT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살아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작비 절약을 위해 외주 제작사에 다수 드라마 제작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제작 능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넷플릭스 등 OTT의 성장세가 커지며, 이들 플랫폼과 국내 제작사의 지적재산권(IP) 문제, 배우 노동조건 문제 등도 논란이 됐다. 국내 콘텐츠 업계가 글로벌 OTT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장관은 “아무리 창작 활동을 해도 플랫폼이 없으면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원 정책을 말하면 ‘좌파 죽이고 우파만 지원한다’ 같은 얘기가 바로 나오지만, 이건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고 이런 얘기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지원 정책을) 올해 연말까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문화예술계 지원 사업 심사에 산하 기관 직원들이 참여하는 ‘책임 심의제’를 도입할 뜻도 밝혔다. 유 장관은 “현장 전문가가 심사하다 보면 손이 안으로 굽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 지원 기관 직원들이 심사 전문가가 돼야 한다. 직원과 함께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고 심사 담당 직원은 가급적 인사를 안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봤는데 내가 104번 나온다고 한다. 엉터리다”며 “대부분 이러이러한 소문이 있다더라는 내용의 백서라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가짜 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고민해 보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피해 구제와 미디어리터러시 등 교육 쪽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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