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술핵 B61 현대화해 100기 '한국 안보지원용' 지정해야"(종합)

김지연 2023. 10. 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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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랜드연구소, 1~4단계 '한국 핵보장 강화 방안' 제언
마지막 4단계로 美전술핵 8∼12기 한국 배치 확약 필요
보고서 발표하는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2023.10.3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한미가 미국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국 안보를 지원하는 용도로 지정하고 나아가 한국에 실제 배치하는 등의 단계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는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제적인 위협을 가할 핵무기 전력을 확보했고,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한국 내 전술핵무기 저장시설 현대화부터 미 전술핵무기 한국 전개까지 북핵 무력 증강에 대응할 4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2021년부터 랜드연구소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공동연구를 해 왔다.

지난 3월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북, 2030년까지 300∼500개 핵탄두 보유…러 지원 우려"

연구진은 "김정은은 2030년대가 되면 최대 300∼500개까지 핵탄두를 보유하려 할 것"이라며 북러군사협력으로 이러한 '김정은 비전'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들은 향후 북한이 대미 핵위협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와해하고 한국을 직접 침략하지 않고도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발표회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지원으로 핵전력 증강을 가속화할 전망을 두고 전문가 우려가 이어졌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원심분리기 소재인 알루미늄을 얻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있다고 추정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과학자나 기술자를 보낼 가능성에 주목하며 양국간 군사협력을 위한 인적 교류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봤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물자의 주요생산국이라며 이를 5∼6년 전부터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는 정황적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북한이 급속히 핵능력을 확장하고 워싱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시간은 더 이상 한국과 미국 편이 아니므로 조속히 북핵 억제와 한국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中핵위협도 변수…북중러 연결고리도 주목"

연구진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핵위협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중국이 "핵무기를 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그간 중국이 한반도 관련 중국의 이해관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로 경제적 수단을 사용해왔지만 "한반도의 여건을 조성하거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점차적으로 군사적 수단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발표회에서 "직접적으로 중국이 북한과 협력해 한국에 핵위협을 가한다든가 북한 핵위협을 부추긴다는 상황은 상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한국이 핵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쓸 때 중국이 오히려 위협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거나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핵위협을 제기할 상황은 불확실하다면서도 중국이 동북아 지역을 장악했을 시나리오를 상정했을 경우 군사적 위협을 발휘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로 결정하면 미군 전력을 분산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남한을 침공하도록 눈감아줄 수 있고 이는 러시아가 세계 다른 곳에 행동을 취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며 북중러 3각 연결고리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강 원장은 핵무력을 증강하는 중국이 2035년까지 핵탄두 1천기 이상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미중간 핵균형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이 상황을 자신에 유리하게 활용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봤다.

"韓핵보장 강화 4단계 제안…한국 자체 핵무장은 재난될 것"

연구진은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이 더 이상 억제 기능은 물론 한국에 대한 안전 보장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게 됐다며 미국이 1960년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했던 것처럼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채택된 '워싱턴 선언'이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핵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발표회에서 "워싱턴 선언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기본선을 제시했지만 아직 상당히 애매모호하다"고 평가하며 '디테일'을 결정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네 단계의 단계적 접근 방법을 상정해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대응하고 핵무기 및 핵심 핵물질 생산 동결을 압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첫 단계로는 한국 내 미 전술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필요한 핵무기 저장시설을 마련해 둠으로써 향후 미국 핵무기 재배치를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생산 동결을 거부하면 재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음을 명백히 경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동결을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핵무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봤다.

연구진은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 20기와 미사일 1기당 약 4발의 탄두가 탑재된다"며 "따라서 북한을 표적으로 이러한 잠수함 1대를 투입하는 것은 최대 80기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세번째 단계는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 미국의 B61 전술핵무기 100기가량을 현대화하고 이를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핵무기들은 미국에 보관되지만, 한국에 신속히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게 된다.

미국은 노후화한 기존 B61 폭탄을 정밀폭격이 가능한 개량형 B61-12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예산 제약을 겪고 있다. 한국이 현대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독자적으로 핵무기 100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잠재 비용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연구진의 견해다.

그래도 여전히 북한이 동결을 거부하면 마지막 단계로 한미는 "제한된 수(약 8∼12개)의 미 전술 핵폭탄과 몇 대의 핵 투발 이중목적 항공기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확약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이를 위해 1단계에서 준비한 핵무기 저장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만약 이 방안이 시행된다면 향후 수년 안에 약 180기의 미국 핵무기가 한국 안보용으로 지정될 것이고, 이 중에는 상징적 혹은 실제 작전적 목적으로 한국에 배치된 8~12기의 B61 항공폭탄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질문에 답하는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오른쪽)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30 ksm7976@yna.co.kr

다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자체적인 핵무장 방안에 대해서는 "큰 재난(disaster)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자체 핵개발은 곧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의미하는데, 핵공급그룹(NSG)은 NPT 가입국에만 우라늄을 제공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 타격을 받으리라는 설명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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