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스민 고대 그리스 정신 AI가 난제 풀더라도 영원할 것 [반은섭의 수학을 디자인하다]
오늘날 화려한 발전을 이룬 학문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는 철학의 시작이었고,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로 약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체계적으로 정립되었습니다. 그 당시 활동하면서 후대에 큰 영향을 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입지적인 인물들이 있지요. 스승과 제자로 동문수학하면서 고대 그리스 학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모두 철학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학문은 지금처럼 철학, 과학, 수학 등의 세부 학문으로 나뉘기 전이었습니다. 학문 간 경계가 없이 사유와 탐구의 대상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 전체였지요. 위의 세 학자들은 철학자이자 학문으로서 수학의 뿌리를 깊이 내린 수학자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이전 세대였던 피타고라스의 기하학을 재조명해 무리수와 무한에 대한 개념을 후세에 전하기도 했지요.
이들이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수학'이 2000년이 넘는 시간 차이를 두고 현대의 인류와 연결돼 있습니다. 기하학(Geometry)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도형을 다루는 수학의 한 분야입니다. 중학교에서 삼각형이나 원의 성질들을 자세히 배우죠. 고등학교에선 원과 같은 도형을 나타내는 좌표와 벡터를 공부합니다. 모두가 다 기하학의 내용입니다. 기하학을 깔끔한 틀로 정리한 최초의 수학자는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입니다. 그가 저술한 기하학 '원론(The Element)'은 20세기 초까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쇄돼 팔린 책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바티칸 궁전 2층에 위치한 라파엘로의 방(Stanze di Raffaello)은 로마의 명소 중 하나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인 라파엘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방에 그린 생애 대표작, 아테네 학당(Scuola di Atene)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의 개인 집무실을 장식한 벽화에서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학자 54명이 깊은 사색을 하거나 서로 토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앙에 있으며, 피타고라스가 왼쪽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유클리드는 오른쪽 아랫부분에 있습니다. 종이를 땅 위에 놓고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동료들에게 열심히 기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은 르네상스 이후 데카르트·뉴턴과 같은 수학자들에게 잘 계승됐고 미적분과 같은 새로운 수학을 탄생시켰습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수학의 모든 난제를 풀게 되겠지요. 그날까지도 고대 그리스 수학의 정신은 도도히 흘러갈 것입니다.
[반은섭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저자·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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