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남 탓’ 했다 역풍 휩싸인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군을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29일(현지시간) 하레츠·CNN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하마스의 “전쟁 의도”에 관한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정보당국과 신베트(ISA) 수장을 비롯한 모든 안보 기관은 하마스가 저지당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글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에 쏠린 책임론을 군과 정보기관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보자, 이스라엘에선 안보가 무방비로 뚫린 것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대두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글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가 한계점을 넘었다”며 “군인들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상대로 용감히 싸우는 동안 이들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으로 전시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지도부는 우리가 요구하는 바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군을 지지해야 한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메라브 미카엘리 노동당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가자지구에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는 동안 네타냐후는 사무실에 앉아 책임을 군 지휘부에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글을 올린 지 10시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는 “그 말은 해서는 안 됐다. 사과하겠다”고 다시 글을 올렸다. 또한 이스라엘의 안보 조직과 전선의 사령관, 군인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과로 봉합되긴 했으나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발언이 “전쟁 이후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하레츠는 “네타냐후는 이미 자신이 세운 모든 기준을 깨버렸으며 이제는 누구도 그가 책임을 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말을 정치적 생존을 위해 계산한다”고 비판했다. 하레츠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압도적 다수(약 80%)는 이스라엘의 준비 부족에 대한 책임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인질 문제로도 압박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쟁 2단계’를 선언하고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확대하자, 하마스에 끌려간 이들의 가족들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고 시위를 벌이는 등 인질 교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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