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진심인 삼성? 암스테르담서 ‘수면 파티’ 연 이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천장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연신 흥겨운 전자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몽환적인 보라색 조명과 실내를 울리는 댄스음악은 여느 클럽의 분위기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홀에 모인 사람들의 복장이 특이하다. 입장객부터 음악을 선곡하는 디제이(DJ)까지, 모두 잠옷을 입었다. 춤도 추고 있지 않다. 이들은 홀에 놓인 30개의 침대에 누워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암스테르담의 한 유명 호텔 나이트클럽을 빌려 ‘슬립 레이브’ 행사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일종의 ‘수면 파티’로, 참가자들은 모두 손목에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 워치6’를 찼다. 이들이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음악은 점차 잔잔해지고 참가자들은 서서히 잠에 빠진다. 갤럭시 워치6는 수면 단계와 점수, 수면 일관성 등의 패턴을 밤새 모니터링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의 취지를 “평소에는 사람을 깨어있게 만드는 댄스 음악이 ‘좋은 수면’에도 기여할 수 있는지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면 전문가이자 신경과학자인 엘스 반 더 헬름 박사가 이번 연구 행사 전반을 기획했다.
네덜란드 유명 DJ이자 프로듀서인 ‘벨트 앤드 웨졸’이 제작한 8시간짜리 분량의 수면 전용 음악이 연구 참가자들을 깊은 잠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보통은 사람들을 밤새 춤추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반대로 잠들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곧바로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잠에 집중하는 이유는 건강 관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불안증, 우울증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48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수면 시장은 지난해 3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좋은 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슬립 테크(숙면 기술)’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애플도 수면 추적 기능을 애플워치에 담았으며 구글 역시 수면 패턴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수면 프로파일’ 기능을 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건강 관리 솔루션 ‘삼성 헬스’의 여러 기능 중 하나였던 수면 관련 기능은 2018년 갤럭시 워치를 중심으로 삼성 헬스가 재편되면서 건강 서비스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지난 5월 혼 팍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상무)은 “매일 잘 자고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수면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 헬스와 갤럭시워치가 지난 2년 간 수집한 전 세계 이용자들의 수면 데이터는 7억1600만건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노년층의 평균 수면 시간이 전 세계 평균(423분)보다 33분 짧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잠은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웨어러블 기기의 장점을 활용해 병원·연구기관 등과도 협업해 특화 기능을 개발하는 등 수면 관련 서비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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