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0주년 앞둔 日 국민차 산역사…'토요타기념관' 가보니
창업자 키이차로 100번째 생일 기념해 개관
연간 45만명 찾아, 내달 방문객 700만명 돌파 앞둬
AA형 승용차부터 현대 차량까지 한 자리에
[나고야=뉴시스] 강주희 기자 = "이곳이 토요타 그룹의 시작점입니다."
지난 26일 찾은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이곳에서 만난 요시오카 신이치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기념관 입구에 전시된 거대한 원형 직조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토요타그룹의 창시자 토요다 사키치가 1906년 발명한 일명 '환상 직기'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한 토요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룹 모체인 방직공장을 기념관으로 개조해 1994년 토요다 사키치의 장남이자 토요타 자동차 창업자인 토요다 키이치로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해 개관했다.
이 기념관은 2014년 1월 개관 20주년을 맞아 자동차 전시관을 재단장했고 같은 해 7월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방문객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2년 100만명을 기록한 기념관은 오는 11월 7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45만명이 다녀갔다.
이 기념관은 토요타그룹의 섬유 기술과 역사를 소개하는 '섬유기계관'과 완성차 개발 과정을 담은 '자동차 1·2관'으로 운영된다. 요키오사씨의 안내에 따라 섬유기계관에 들어서자 오래된 방직기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현대식 자동 직기까지 합하면 그 수가 100여 대에 달한다고 한다.
전시된 직기들은 당시 토요타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실제로 사용한 것들이다. 놀라운 점은 100년을 훨씬 넘은 직조기들이 현재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전시관 직원들이 직접물레를 돌리거나 목재 직조기에 앉아 한 올의 씨실과 날씨를 촘촘하게 맞물리는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주목받을 만했다.
특히 사키치가 1890년에 발명한 목제인력지기를 기존 직기보다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사키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베틀을 돌리며 고생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시행착오 끝에 첫 발명품인 목제인력직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해당 직기는 페달을 밟는 형식으로 조정할 수 있어 더 빠르게 직물을 만들 수 있다.
이후 사키치는 인력직기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직기를 개발했다. 1894년부터 1914년까지 그가 개발한 직기는 6개에 달한다고 한다. 불편한 점이 나오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하는 시카치의 모습은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의 경영정신이 됐다는 게 실감 났다.
1924년 사키치는 일생 일대의 대작인 G형 자동직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직기는 사용 과정에서 소모된 실타래를 사람이 일일이 교체해야하는 단점이 있는데 사키치는 실타래를 자동으로 바꾸는 기술을 접목했다. G형 자동직기에는 2570개 실이 작동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작동이 멈춘다.
요키오카씨는 "섬유공장은 24시간 기계가 돌아가는 곳이 사람이 하루종일 기계를 살펴봐야하는데 G형 자동직기 발명으로 그런 단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연에서도 직원이 실 하나를 끊자 '턱'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가 멈췄다. 실이 끊어진 채로 나온 원단에는 마치 못으로 긁힌 듯한 가느다란 줄이 남아있었다.
섬유기계관을 지나 2층 방향으로 이동하면 자동차 1·2관이 등장한다. 자동차관은 토요타의 첫 독자 개발 차량인 AA형 승용차를 비롯한 연도별 대표 생산 차량과 1930년대 단조 공정 과정 등을 재현했다. 전시관 한 켠에는 2500톤 자동 단조 프레스, 본체 조립 자동 용접기, 도장 훈련 체험장도 마련됐다.
섬유기계관이 아버지 사카치를 중심으로 꾸며졌다면 자동차관부터는 장남 키이치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동차관 곳곳에는 도쿄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키이치로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자동차에 마음을 뺏긴 후 귀국 후 토요타방직기제작소에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과정을 만화로 소개했다.
자동차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토요타의 최초 양산형 모델인 AA형 승용차다. 1936년에 선보인 이 차는 창업주 키이치로와 직원들이 포드, 쉐보레, 크라이슬러 등 여러 차종을 사들여 연구한 끝에 탄생했다. 외관은 크라이슬러의 유선형 디자인이 적용됐고, 2열 도어는 일반 차량과 달리 반대로 열린다. 편안한 탑승을 위해 손잡이 개념인 어시스트 줄도 달려있다.
흥미로운 점은 클락션 소리다. AA형 승용차에는 2가지 종류의 클락션이 탑재됐다. 하나는 '빵'하는 시끄러운 소리, 또 하나는 관악기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소리다. 당시 일본 도로에는 차량과 함께 소, 말 등이 함께 다녔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AA형 승용차의 가격은 3350엔(약 3만300원)으로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급여(70엔, 약 630원)의 47배에 달한다.
AA형 승용차와 함께 1955년 토요타 기술로 개발한 고급 세단 크라운, 1966년 생산한 준중형 해치백 코롤라, 1970년 도쿄 모터쇼에 전시된 쿠페형 스포츠카 셀리카 등 토요타를 대표하는 차량들이 전시됐다. 각 차량마다 기본 제원, 사용한 부품, 주요 특징 등도 이해하기 쉽게 선보였다.
바퀴에 큰 솔이 달린 픽업트럭 G1도 눈길을 끈다. 요키오카씨에 따르면 G1은 일본 정부가 토요타에 생산을 요청한 차량으로 앞바퀴와 뒷바퀴에 커다란 노란색 솔이 달렸다. 모래, 진흙 등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방향지시기도 지금과 달리 손이 아닌 막대기로 세워서 쓰는 방식이다. 이 모습이 마치 사람이 윙크하는 모습을 닮아 '윙카'라고 불렸다고 한다.
2시간 가까이 기념관을 둘러보는 동안 요시오카씨는 '토요타의 시작점', '토요타의 기둥'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2014년부터 기념관을 이끌고 있는 그는 내년 5월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일생을 바친 토요타그룹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100년을 향해가는 토요타그룹 역사를 소개할 때는 마치 당시 직원이라도 된 듯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이 곳에 처음 공장이 세워졌을 때 썼던 기둥과 대들보, 붉은색 벽돌 모두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1937년 토요타 자동차의 설립 총회도 여기서 열렸지요. 그래서 이곳이 토요타그룹의 시작 장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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