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런 지지율로 총선 이기겠나···생각·자세 바꾸고 인재풀 넓혀야” [청론직설]

문성진 논설위원 2023. 10.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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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
野 ‘이재명 체제’ 지속되면 총선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
文정권 비판한 尹, 능력·도덕 겸비 인재 등용해 쇄신을
‘한동훈 출마’ 필연···쉽지 않되 해볼 만한 곳에 나와야
‘누가 거짓으로 분열 선동하나’ 심판하는 총선 됐으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을 안 고치기 때문”이라며 “생각과 자세를 바꾸고 인재 풀을 폭넓게 가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까지 5개월가량 남았다. 그때까지 수많은 변수들이 생기겠지만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정부 여당이 대대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을 안 고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으므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검사 출신이든 대통령실 출신이든 ‘낙하산’이 아닌 ‘구원투수’의 자세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이 대표가 있는 한 여당이 아무리 지지부진해도 야당이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 정치의 최대 병폐로 갈등과 분열 증폭을 꼽은 그는 “내년 총선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2대 총선의 성격은 ‘정권 심판’인가, ‘야당 심판’인가.

△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야당은 당연히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제대로 한 것이 없고 반대만 일삼아 왔다는 점에서 야당 심판론도 동시에 제기될 것이라고 본다. 국정의 발목만 잡는 야당에 의석을 줘서 나라를 계속 혼돈과 혼란으로 몰아갈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선 전초전’로 여겨졌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는.

△한마디로 전략의 실패다. 김태우 후보를 출마시킨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람을 사면복권시키고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공천까지 주면 삼척동자도 ‘이게 대통령의 뜻이구나’라고 말하지 않겠나. 자유와 인권, 법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대법원의 판단을 거슬렀다는 비판을 야당이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꼴이다.

-보선 참패 뒤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선거 패배를 분석하는 평가보고서부터 만들어야 한다. 당내 인사들이 하나 마나 한 말을 하는 면피용 보고서가 아니라 당외 인사들에게 맡겨 뼈아픈 얘기까지 여과 없이 담을 수 있는 ‘징비록’을 작성해 국민 앞에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고 과감한 혁신이 가능하다. 강서구청장 보선의 참패가 내년 총선을 이기기 위한 ‘쓴 약’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권욱 기자

-윤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도 혁신 둘째도 혁신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을 안 고치기 때문이다. 이런 저조한 지지율로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윤 대통령은 자신을 국민들이 뽑은 이유가 문재인 정권 연장을 도저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였다는 것을 거듭 생각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를 잘할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에 부응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문 정권의 부도덕·무능을 비판한 윤 정부는 더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등용해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그런데 윤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인사를 보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문제가 많다. 윤 대통령이 깊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문제가 자꾸 반복되는 것은 단순히 인사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생각과 자세를 바꾸고 인재 풀을 폭넓게 가동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을 제안했는데.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한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여야 대표회담도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하는 것은 만날 뜻보다도 영수회담 주장 자체에 의미를 두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준비 없는 영수회담은 보여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먼저 만나 의제 설정 등 여야 간의 절충점을 만든 다음에 윤 대통령을 만나야 생산적인 3자 회동이 될 수 있다.

-야당이 내년 총선까지 ‘이재명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가.

△예측하기 어렵지만 만약 이재명 체제가 지속된다면 야당이 총선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번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때 구속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의원들에게 심리적으로 강한 압박감을 줬다. 이 대표의 이런 무리수 때문에 민주당 전체가 혼돈에 빠져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을 당의 중심에 두고 ‘내가 불리해지면 당 자체가 나빠진다’는 식으로 개인을 전체화시키는 전체주의적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런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민주당 강경 세력의 실체를 유권자들이 설령 못 알아차린다고 하더라도 여당이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이 대표가 있는 한 여당이 아무리 지지부진해도 야당이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권욱 기자

-총선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무엇인가.

△선거 구도와 인물, 이슈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 또는 야당 심판 등의 구도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지만 나라 안팎의 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이냐는 구도가 짜여지면 선거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다음은 인물이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실패한 것은 선거판을 이끌 인물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슈도 중요하다. 21대 총선은 당시 정부 여당의 ‘코로나 선거, 조용한 선거’ 이슈에 말려들어서 국민의힘이 진 선거였다.

-여러 갈래의 신당 창당설이 나오고 있는데.

△양대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이준석·유승민 신당’ ‘조국 신당’ 등 별별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신당 창당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신당 창당의 주역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라. 그들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나. 게다가 신당 창당은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선 승리 기여를 거론하며 그를 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0대 남성을 끌어들인다면서 편 가르기를 하는 바람에 20대 여성 표를 되레 더 많이 잃었다. 이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갈등과 분열 갈라치기가 선거의 필수 메뉴가 돼서 한국 정치가 이 모양이다. 그래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품어야 하고 이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공천을 주지 않으면 당이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도 자신의 거친 말이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편을 돕는 이적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언행에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장관은 총선에 나와야 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 총력전으로 임해야 한다. 만약 총선에서 진다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완전히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금 여당이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바로 총선이다. 한 장관뿐 아니라 가용한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한 장관이 어디에 출마하는 게 좋을까.

△한 장관이 너무 쉬운 곳을 출마지로 선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갈밭에 나가는 것도 맞지 않다. 쉽지는 않지만 해볼 만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현역 의원이 잘 하고 있는 지역구를 한 장관이 차고 들어가는 것도 옳지 않다. 선거에서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이상이 돼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그 결과가 잘 해봐야 하나 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 대통령실 출신을 대거 공천하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대통령실은 드러내놓고 공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정권의 운명과 직결되는 총선을 대통령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까지 하며 돌아다니는 미국처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어느 정도의 교감은 필요하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출마하는 것은 총선 득표에 분명 도움이 되는 만큼 말려서는 안 된다. 다만 대통령 측근이 손쉬운 지역을 차지하려 들면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검사 출신이든 대통령실 출신이든 정권을 위기에서 구하는 ‘구원투수’의 자세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어떤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가.

△지금 우리 시대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갈등과 분열 증폭이다. 거짓 의혹 제기와 선동이 국민들을 갈라놓고 있다. 내년 총선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면 좋겠다. 누가 우리 공동체를 위기로 몰아넣는가, 누가 더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이뤄지는 선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권욱 기자

◆He is···

194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남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기자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부산 영도에서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기록했고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21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가 중도에 사퇴했다. 이 때의 기억을 담아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썼다. 이 밖에 ‘술탄과 황제’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백범 묻고 김구 답하다’ 등의 저서가 있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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