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고령층, 세금보다 대출 이자 더 내···가처분소득 7년 만에 최대 감소

이창준 기자 2023. 10. 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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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올해 2분기 60세 이상 가구가 내야할 이자 비용이 이들이 부담하는 세금 보다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득 기반이 부실한 빚있는 은퇴 가구의 가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2인 이상 비농림어가)의 지난 2분기 월평균 이자 비용은 9만9000원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같은 분기(6만8000원) 대비 45.8% 증가했다.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 비용은 지난해 2분기(53.0%)부터 전년 동기 대비 27∼53% 가량 증가하며 매 분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이들 가구의 경상 조세 금액은 올해 2분기 월평균 9만6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2.4% 감소해 이자 비용을 밑돌았다. 경상조세는 소득세나 재산세처럼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을 말한다. 60세 이상 가구 경상 조세가 이자 비용에 못미친 것은 2017년 4분기 이후 5년 반만이다.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 비용이 매 분기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 가구의 경상조세는 지난해 1분기 이후 1개 분기를 빼고 매 분기 감소했다. 이는 이들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전 연령대 평균을 하회하는 등 은퇴 연령층의 소득 기반이 점차 부실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 비용 증가 폭은 30대 이하 가구(65.7%)에 다음으로 높았지만 해당 가구의 소득 감소 폭(-1.1%)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컸다.

60세 이상 가구의 절대적인 소득 수준(464만원)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주 대다수가 직장 등을 떠난 은퇴 연령대인 결과로 풀이된다.

은퇴 연령 가구의 소득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큰 폭으로 늘면서 이들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60세 이상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2.3% 감소해 2016년 1분기(-3.2%)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전체 소득은 5만2000원(-1.1%) 줄었지만 이자 비용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이 5.6% 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9만2000원 감소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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