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벗어난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도 계획대로'

김민성 2023. 10. 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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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제품 수요증가로 영업익 전년비 67% 증가
샤힌프로젝트 자금 조달 성공적
/그래픽=비즈워치

에쓰오일(S-Oil)이 3분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주력인 정유 사업이 여름철 여행 수요 증가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증가에 힘입어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야심차게 준비 중인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건설 계획 '샤힌프로젝트'도 최근 투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등 계획대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타고 날아오른 실적

에쓰오일은 올 3분기 매출 8조9996억원, 영업이익 85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7.9% 증가한 수준이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54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96억원)와 직전 분기(-224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쓰오일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폭이 더 컸다. 에쓰오일은 지난 분기 대비 매출 15.1%, 영업이익은 대폭 급증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예측한 컨센서스(전망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는 에쓰오일이 매출 9조7461억원, 영업이익 7832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정유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745.4% 증가한 66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과 여행 수요 증가로 정유 제품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 그래픽=비즈워치

안정우 에쓰오일 IR팀장은 30일 열린 에쓰오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아시아 지역 일부 정제설비 가동 차질 및 신규 설비 가동 지연으로 시장 내 공급량이 부족해 재고는 감소하고 정제마진은 상승했다"며 "여기에 더해 북방 지역 여름철 성수기 이동 및 항공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정유 사업이 활기를 되찾은 반면 윤활유와 석유화학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윤활유와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9%, 19% 감소했다. 윤활유 부문은 시장 내 공급량 증가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실적 부진의 이유다.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 내 수요 위축에 더해 중국 신규 석유화학 장비 가동에 따른 공급량 증가가 원인으로 꼽혔다. 

안 팀장은 "윤활유 부문은 주요 공급사들의 정기보수 종료 및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마진을 기록하고 있다"며 "동절기엔 경유 수요 증가로 윤활기유 생산이 제한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이후 고객사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 관련 이익 효과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분기 재고 관련 이익 효과를 통해 지난 2분기 진행된 정기보수 손실분을 모두 만회했다.

안 팀장은 "3분기 전사 손익에 영향을 미친 정기보수 손실은 총 1461억원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재고 관련 이익이 2343억원 수준으로 증가해 정기보수 손실을 모두 상쇄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4분기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절기 난방유 비축 수요 증가 및 아시아 지역 정제 설비들의 정상가동이 지연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도 반등이 기대된다. 중국 소비지표가 회복세에 들어선 데다 4분기 중국 국경절 연휴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올레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서다. 윤활유 사업 역시 일부 공급사들이 4분기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어 수요 대비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안 팀장은 "석유화학 업계에선 현재 마진 수준이 업황저점이라는 인식이 많아 점차 시황이 지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4분기 중국 국경절 연휴에 따른 수요 증가와 중국발 소비지표 상승으로 올레핀 다운스트림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윤활 사업은 4분기 일부 공급사들이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계절적 비수기인 동절기 이후 고객사 수요 역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샤힌프로젝트, '계획대로 착착'

에쓰오일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사업 프로젝트인 '샤힌프로젝트'의 진행 상황도 발표했다. 지난 9월말 기준 샤힌프로젝트 진행률은 부지정지공사 31.4%, EPC(설계·조달·시공) 13.9%다. 에쓰오일은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힌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스팀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샤힌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높여 정유 사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은 샤힌프로젝트 총 투자금 9조2580억원 중 71%는 영업활동을 통해 자체 조달하며 나머지 29%(2조6500억원)은 외부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자금조달 계획 / 자료=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7800억원을 대여했으며, 주요 조건에 대한 합의를 모두 마쳤다. 또 이 회사는 최근 1조원 규모의 은행 저금리 시설 대출을 확보했다. 정책자금 형태로 차입을 진행해 시중 금리 대비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 에쓰오일의 설명이다. 나머지 금액은 회사채 시장 여건과 금리 수준을 고려해 2025년 이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만큼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다소 증가했다. 지난 분기 3조8380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올 3분기 4조827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순차입금비율(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율) 역시 54.2%로 직전 분기(45.8%) 대비 9.6%P(포인트) 올랐다.

에쓰오일 순차입금 및 순차입금비율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에쓰오일은 차입금이 늘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하자, 이를 자본에 포함시켜 이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쉽게 말해 에쓰오일이 샤힌프로젝트 건설을 위해 차입하는 비용 일부를 비용이 아닌 공장의 원가로 계산하겠다는 의미다. 이자비용을 자본으로 인식하면 회계장부상에선 이자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방주완 에쓰오일 CFO(최고재무책임자) 수석부사장은 "회사의 총 차입금 규모가 향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해 향후 이자비용은 프로젝트 예산에 자본화될 예정이다"라며 "기존 차입금에 대한 이자도 일부 자본화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순이자 비용 증가폭은 올해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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