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웅환 대표 "지속가능한 투자 활성화 위해 ESG 내재화해야"
"주주 가치만 보장하기보다 이해관계자 전체 행복 추구"
"ESG 데이터 매트릭스 구축 및 ESG 평가모델 확립"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주주들의 가치만 보장하기 보다는 이해관계자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내재화하고 긴 호흡의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장려·유도해 나가겠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30일 서울 강남 조선 팰리스에서 ‘2023 한국벤처투자 ESG 이니셔티브’ 행사를 개최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의 활성화에 대해 강조했다.
유 대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과 일자리 측면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벤처·스타트업들도 내부에 ESG를 내재화해 손발처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선도자가 됐기 보다는 ‘쿠다’라는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을 대학에 무료로 보급하면서 기반이 다져진 것”이라며 “현재 400만명의 개발자와 4만개의 기업, 1만5000개의 벤처·스타트업이 쿠다를 이용하면서 혁신 성장의 생태계가 생겨났다. ESG도 이처럼 파트너들과 함께해 나가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ESG 디지털전환(DX)를 병행해 데이터 축적으로 ESG를 고도화하고 고도화 한 ESG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며 “지금까지 1만개의 기업에 투자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를 많은 사람들과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은 기술과 혁신을 통해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성과 측정을 통해 시장의 관심을 비재무적 가치로 확대하고, ESG 데이터 매트릭스 구축 및 ESG 평가모델을 확립해 단계적으로 지속가능 투자원칙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벤처는 ‘DIM’(Double I Multiple)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었다. 투자수익배수에 이어 사회성과배수 개념을 도입하면서 모태펀드 성과 측정의 차원을 더 확장한 것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스타트업·LP 등도 ESG 추구해야”
이 자리에서는 UNPRI의 PE 총괄 아딧야 비크람(Aditya Vikram)이 기조연설을 통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출자자(LP), 운용사(GP)들도 ESG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연구소 소장과 장윤제 법무법인 세종 ESG 연구소 소장이 각각 △벤처투자시장의 ESG 트렌드와 미래 △VC투자시장의 ESG 관련 법률 및 제도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소장은 “ESG 공시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투자를 하려고 해도 정보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해외에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면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의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어떤 사회적 난제에 집중할지, 기업을 발굴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소장은 “위워크가 IPO 전 투자를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과 IPO 전 지배구조가 잘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제대로 실사하고 계약에 반영한다면 이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전문가의 발표 후에는 ‘벤처투자시장의 ESG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향 및 한국벤처투자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이 토론회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원웅 국민연금공단 책임투자팀장, 최진석 한국투자공사(KIC) 책임투자팀장, 박기수 스틱인베스트먼트 ESG본부장,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안정권 노을 CSO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안 CSO는 “사업 초기 시장 탐색과 기회 창출을 할 때 ESG 관점에서 진행했고, 지배구조 문제와 준법경영도 강조해 왔다”며 “그렇다 보니 투자자의 신뢰도 쌓였고, 상장과 같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도 수월했다. ESG 경영이 조직 역량화했을 때 체감하는 긍정적 효과가 매우 컸다”고 전했다.
이밖에 △ESG 평가 체계를 도입해 투자에 적용하는 VC(벤처캐피탈)에 대한 가산점 부여 △ESG 실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VC에 대한 실사비용 보전 △ESG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줄 기관 지정 △창업자에 대한 실효성 높은 ESG 교육 및 준법교육 컨설팅 제공 △체크박스식이 아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평가방식 도입 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벤처 투자 시장 주요 민간출자기관, 벤처캐피탈(VC) 등 벤처펀드 운용사 및 ESG 업계 종사자 총 120여명이 참석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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