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우려에…"우린 대체제 없는데" 뇌전증 환자들 울상

황재희 기자 2023. 10.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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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처방받아 사용하는 시대와야"
"의료용마약류 오남용 우려" 반론도
[서울=뉴시스] 의료용 대마 (사진=경북산업용헴프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 2023.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뇌전증에 쓰이는 ‘에피디올렉스’를 처방받으려면 독한 약 4~5가지를 쓴 후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야만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합니다.”

"약이 듣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사실상 대체제가 없어 의료용 대마가 유일한 희망입니다."

마약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늘고 있는 반면, 정작 대체제가 없어 의료용 대마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30일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에 대한 엄격한 국내 기준에 따라 여전히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 및 사용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가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대체 치료제가 없다는 전문의의 소견서가 필요하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만 수입이 가능해 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

또 대마 성분 의약품 취급승인 및 수입 신청을 하면 최대 15주가 소요되는데다 뇌전증 유형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과 간질로 알려진 ‘드라베 증후군’ 2종의 질환에만 사용이 가능하고, 사실상 환자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이 1개에 불과해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9년 대마의 CDB(칸나비디올) 성분의 전문의약품 ‘에피디올렉스’를 허가하고, 마리놀·나빌론(항암치료 후 구역 구토증상 해소), 사티벡스(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련완화제) 등의 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에피디올렉스만 처방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사티벡스는 단 2건 처방됐으며 나머지 약들은 처방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처방 기준이 까다로운데다 사례가 없어 의사들이 처방조차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로 환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며 대마를 다른 약처럼 의료용으로 전환하는 등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마가 여전히 마약으로 분류된다.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는 했으나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의료용’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즉 대마가 의료용으로 분류되면 기존의 식욕억제제 등과 같이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는 대마를 의료용으로 분류해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최근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측은 “마약사범 증가 및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엄격한 관리요구 등 최근의 사회 상황적 측면을 고려할 때 의료목적의 대마 사용 허용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마성분 의약품 허용은 2015년 정부입법으로 추진했으나 의결되지 못하고, 2018년 개정시에도 국회에서 오남용 우려, 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제한적으로만 허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상황, 환자의 치료 기회, 오남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는 UN마약위원회가 2020년 12월 2일 WHO ECDD(세계보건기구 약물의존성전문가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마를 마약에서 제외하면서 한국 포함 136개국이 1961년에 마련한 마약단일협약(유엔단일협약) 내용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용 대마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UN마약위원회는 당시 대마초와 대마수지를 헤로인 등 다른 마약류와 함께 제4군(Schedule IV)으로 분류됐던 것에서 제외하고 제1군으로만 남겼다. 1군에는 위험한 물질이지만 의약품으로 쓸 수 있는 모르핀, 아편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미국, 호주, 캐나다, 태국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와 독일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 움직임에 나섰다.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강성석 대표는 “환자, 환자가족과 보건의료 체제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헌법 제6조 1항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에 기반해 헌법소원심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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