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열 번째 그림책은 ‘어떤 날은…’(안드레아 파로토 지음 / 루시아 데 마르코 그림 /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이다.
“안녕? 오늘은 어떤 멋진 일을 할 거예요?”
안드레아 파로토가 쓰고 루시아 데 마르코가 그린 그림책 ‘어떤 날은…’은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아주 잠깐만이라도 시선을 돌려보자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멀리 있지 않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에 이 그림책 속 도시에는 특별하고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도로 위 자동차 사이로 코끼리가 걸어가고, 공중에서는 서커스의 묘기가 한창이다. 건물 안에서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만 보고 있을 때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다. 이런 풍경들은 현실일까, 환상일까? 그리고 그림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계속해서 메모지가 달린 빨간 풍선이 등장하는데, 하루를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메시지가 쓰여 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잠깐이지만 창밖을 바라본다.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이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도로에 코끼리가 지나가고, 하늘에 서커스 공연은 없지만, 일상적인 풍경의 한 조각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마음에서 멋진 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떠나는 듯 날아가던 빨간 풍선은 하늘을 바라보던 한 소년에게 발견된다. 소년은 풍선의 줄을 잡고 메시지를 보고는 뭔가를 적는다. 뜻밖의 손님처럼 찾아온 질문에 만약 나라면 뭐라고 대답을 쓸까? 멋진 일이라고 꼭 거창한 것들은 아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이와 장난치면서 놀 거예요’ ‘마음을 담은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 줄 거예요’ ‘친구들을 한번 웃겨 줄 거예요’ ‘공원에 나가서 나무를 만지며 인사할 거예요’ 등등 나의 하루를 멋지게 만들 대답들이 줄지어 나온다. 나에게 하루를 기쁘게 할 ‘멋진 일들’은 그렇게 쉽고 가벼운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무한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하루를 소중하게 만들 메시지를 알려준 안드레아 파로토의 글과 담백하고도 상상이 넘치는 수채화를 그린 루시아 데 마르코의 그림이 조화롭고 따뜻하다. 이 책을 보고 기분 좋아지는 일들을 생각하는 것도 ‘오늘의 멋진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멋진 일’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도 없다. 지금도 내가 못 알아차리는 사이에 하늘에서 그네를 타는 자연의 서커스가 한창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은 잠깐이라도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림책 ‘어떤 날은…’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환상적인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매우 멋진 책이다. 오늘 나의 ‘어떤 날’은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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