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일촉즉발? 커지는 ‘오일 쇼크’ 트라우마

조문희 기자 2023. 10. 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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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전 확대에 이란 경고장…확전 우려 고조
글로벌 시장 관망세 속 ‘3차 오일쇼크’ 가능성도 ‘솔솔’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29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스크와 주택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모습.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양측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8000명 이상이 숨졌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확산일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경계해 온 가자지구 지상전을 사실상 공식화했으며, 여기에 이란은 "선을 넘었다"고 경고장을 날린 채 참전을 저울질하는 상태다. 전쟁이 3주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초기 관망세를 보였던 글로벌 시장은 '신(新)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겨냥한 '지상전'을 공식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튿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피령을 내리며 "주민의 개인 안전을 위한 매우 긴급한 요구"라고 했다. 대피령은 줄곧 있어왔지만, '긴급한 요구'라고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입하는 지상군 규모를 늘려온 가운데 나온 대피령이라, 대규모 지상 작전 돌입 전 '최후통첩'으로 해석됐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이란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공격을 감행하면 이란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이른바 '부분적 지상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수위가 거세지자, 이란은 다시 한 번 경고장을 날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해선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란은 중동 내 반이스라엘‧반미 세력의 대표주자이자,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는 국가다. 이란이 참전하면 중동 전쟁 확산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설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에서 알자지라 방송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AFP=연합뉴스

결국 '지상전' 택한 이스라엘, 으르렁대는 이란…중동 위기↑

중동 전쟁 위기가 고개를 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오일쇼크에 대비하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이번 전쟁 초기만 해도 주변 중동 국가들의 참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 사태가 더욱 나빠지면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번 전쟁에 이란이 참전하게 되면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급등하고, 이란이 세계 핵심 원유 운송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제유가는 80달러 후반대와 90달러 초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가 간신히 진정세에 접어든 국면에서 유가가 급등하게 되면 물가를 잡기 더욱 힘들어져서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를 복기해보면, 당시 세계 경제는 이미 인플레이션에 시름을 앓고 있던 상태였다. 여기에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영국과 일본 등에선 물가가 20% 이상 살인적으로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르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0.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고조되면서,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로이터=연합뉴스

'오일쇼크' 경고 속 "패닉은 없다" 반응도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연평균 100달러까지 오르면 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유가가 80달러 중반을 넘어설 경우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동시에 안도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중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지는 데다, 이스라엘이 여론을 의식해 전면 지상 작전을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스라엘 TA-35지수는 29일 상승 전환했으며, 한국의 코스피를 포함한 각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은 30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해 지상전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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