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 주윤발, 도박중독에 빠진 아빠가 되다···‘원 모어 찬스’[리뷰]
‘도신’(도박의 신)은 홍콩 스타 저우룬파(周潤發)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다. 단정하게 넘긴 ‘올백 머리’에 검은 턱시도를 입은 그는 신들린 실력으로 카지노를 주름잡는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원 모어 찬스>는 저우룬파의 도신 캐릭터를 변주해 만든 따뜻한 코미디 영화다. 원제부터 ‘별규아도신’(나를 도신이라 부르지 말라)인 이 영화에서 저우룬파는 멋진 도신이 아닌 도박 빚에 허덕이는 이발사 ‘광휘’로 분한다.
광휘는 도박 중독자다. 이발소를 내팽개치고 도박하러 가기 일쑤다. 왕년엔 도신이었다는데 지금 실력은 변변찮다. 빚이 산더미라 사채업자의 협박을 받는다. 어느 날 옛 연인 ‘이역’(위안융이)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들 ‘아양’(커웨이린)과 함께 찾아온다. 광휘는 아양을 한 달만 돌봐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이역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도박 중독인 광휘가 좋은 아버지일 리 없다. “한식·중식·일식 다 있으니 골라 먹으라”며 인스턴트 라면을 종류별로 내어주고는 도박장에 간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어 아양과 갈등도 빚는다. 하지만 함께하면 할수록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다.
홍콩 코미디 영화 특유의 감초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지만 <원 모어 찬스>는 역시 저우룬파의 영화다. 2018년 이후 오랜 휴식기를 가졌던 저우룬파는 이번 영화에서 어딘가 헐렁한,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인물을 편안하게 연기한다. <도신> 시리즈를 즐겨 본 관객이라면 장발에 청바지를 입고 도박장을 들락거리는 광휘가 신선하게 느껴질 듯하다.
아양과 마라톤에 도전하는 광휘의 모습은 “두 번째 인생은 마라토너로 살겠다”는 실제 저우룬파의 모습과 겹치며 묘한 감동을 준다. 이역 역의 위안융이 등 추억의 스타 역시 과거 홍콩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량차오웨이(梁朝偉) 주연의 <청풍자>로 홍콩금상장영화제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한 판야오밍(潘耀明)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