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 주윤발, 도박중독에 빠진 아빠가 되다···‘원 모어 찬스’[리뷰]

최민지 기자 2023. 10. 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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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모어 찬스>는 도박 중독자인 이발사 ‘광휘’(저우룬파)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들‘아양’(가의림)를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신’(도박의 신)은 홍콩 스타 저우룬파(周潤發)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다. 단정하게 넘긴 ‘올백 머리’에 검은 턱시도를 입은 그는 신들린 실력으로 카지노를 주름잡는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원 모어 찬스>는 저우룬파의 도신 캐릭터를 변주해 만든 따뜻한 코미디 영화다. 원제부터 ‘별규아도신’(나를 도신이라 부르지 말라)인 이 영화에서 저우룬파는 멋진 도신이 아닌 도박 빚에 허덕이는 이발사 ‘광휘’로 분한다.

광휘는 도박 중독자다. 이발소를 내팽개치고 도박하러 가기 일쑤다. 왕년엔 도신이었다는데 지금 실력은 변변찮다. 빚이 산더미라 사채업자의 협박을 받는다. 어느 날 옛 연인 ‘이역’(위안융이)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들 ‘아양’(커웨이린)과 함께 찾아온다. 광휘는 아양을 한 달만 돌봐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이역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도박 중독인 광휘가 좋은 아버지일 리 없다. “한식·중식·일식 다 있으니 골라 먹으라”며 인스턴트 라면을 종류별로 내어주고는 도박장에 간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어 아양과 갈등도 빚는다. 하지만 함께하면 할수록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다.

돈을 준다는 말에 덜컥 아들 아양을 맡게 된 광휘(저우룬파)와 아양의 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진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콩 코미디 영화 특유의 감초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지만 <원 모어 찬스>는 역시 저우룬파의 영화다. 2018년 이후 오랜 휴식기를 가졌던 저우룬파는 이번 영화에서 어딘가 헐렁한,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인물을 편안하게 연기한다. <도신> 시리즈를 즐겨 본 관객이라면 장발에 청바지를 입고 도박장을 들락거리는 광휘가 신선하게 느껴질 듯하다.

아양과 마라톤에 도전하는 광휘의 모습은 “두 번째 인생은 마라토너로 살겠다”는 실제 저우룬파의 모습과 겹치며 묘한 감동을 준다. 이역 역의 위안융이 등 추억의 스타 역시 과거 홍콩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량차오웨이(梁朝偉) 주연의 <청풍자>로 홍콩금상장영화제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한 판야오밍(潘耀明)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돈을 준다는 말에 덜컥 아들 아양을 맡게 된 광휘(저우룬파)와 아양의 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진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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