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30부산엑스포가 잘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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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엑스포 유치국을 정하는 파리 국제박람회(BIE) 총회가 다음 달 말 열린다.
엑스포(EXPO), 우리나라 말로 '만국 박람회'는 새삼스러운 언급이지만 사실 지난 세기의 산물이다.
BIE가 규정한 박람회의 정의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돌아보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의 해결과 미래의 발전 전망을 보여주는 장'이다.
초기 박람회는 당시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기한 볼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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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엑스포 유치국을 정하는 파리 국제박람회(BIE) 총회가 다음 달 말 열린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투표에 산업통상자원부를 필두로 세종시 관가는 막바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유치전에 뛰어들 당시에는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에 크게 뒤처진 판세였지만, 지금은 확실히 ‘승산이 생겼다’는 게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돌연 발발한 중동 지역 무력 충돌 사태도 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엑스포(EXPO), 우리나라 말로 ‘만국 박람회’는 새삼스러운 언급이지만 사실 지난 세기의 산물이다. 전 세계 대중을 동원해 그 나라 소비를 살리는 한편,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경제적 발전의 계기로도 쓰였다. 1993년 대전엑스포 역시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에 그런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줬다. 그해 갓 태어났던 기자 역시 고향인 부산에서 대전으로 올라가 대전엑스포 마스코트인 ‘꿈돌이’ 옆에서 엄마에게 안겨 찍은 사진이 있다.
그런데 2030년 고향에서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엑스포에 가보고 싶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엑스포의 의미도 과거와 같지 않아서다.
한 개인의 생각만은 아닌 듯하다. 엑스포를 오래 보고 연구해 온 사람들은 박람회의 ‘세대교체’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 있다. BIE가 규정한 박람회의 정의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돌아보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의 해결과 미래의 발전 전망을 보여주는 장’이다. 초기 박람회는 당시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기한 볼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전화기·전구·확성기·텔레비전 같은 것들이 데뷔전을 치렀던 곳이 바로 이 박람회다.
세월이 흐르며 오늘날 박람회는 환경·기후변화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치’를 설명하거나, 지향점에 대해 설교하는 투로 바뀌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집에 앉아서도 볼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설교장은 어쩐지 가보고픈 마음이 선뜻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것이니 열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변질된 측면도 있다. 많은 참가국이 박람회에 참가하는 데만 의의를 두고, 실제로는 무관한 주제를 다루거나 콘텐츠가 부실해 실망하는 관람객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가 ‘낭비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2018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황량해진 강원 평창이 대표적이다. 2012년 해양엑스포 행사 이후 전남 여수 세계박람회장도 10여년째 방치되고 있다. 여수엑스포는 당시 생산유발효과를 18조원으로 추산했는데, 행사 이후 시설물의 쓰임새를 찾지 못해 관리비 적자만 개최 직후 2년간 100억원대를 훌쩍 넘겼다.
이왕 유치전에 뛰어든 것을 되돌리자는 말은 아니다.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개최지로 선정된다면 ‘21세기에도 세계박람회는 의미가 있을까’란 고민이 제기되는 오늘날, ‘꿈돌이 동갑내기’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더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 미래 세대에 소중한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낭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국민에게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남은 29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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