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12]
[서울=뉴시스] [유라시아=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 프랑스와 이별해 룩셈부르크 국경을 넘었다. 룩셈부르크의 수도 룩셈부르크에 도착했다. 첫 방문지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n Luxembourg-musee d'Art Moderne Grand –Duc Jean)은 도시의 공원 안에 있었다. 전시는 두 개의 기획전과 소장품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주변은 잘 보존된 세 개의 탑 포트 튕겐 요새와 어우러진 풍광이 멋스럽다.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의 작품은 물론 중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98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현대 건축가 이오밍 페이(Ieoh Ming Pei)가 설계한 미술관에 조화를 이룬다. 특히 미술관 지붕과 탑 부분을 유리로 마감해 실내로 햇빛을 끌어들이는 건물 구조가 밝고 시원함을 전해줬고, 큰 공간에 비해 관람객이 적어 여유로운 관람과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나라와 많은 도시, 많은 미술관을 다니면서 매번 감동하기는 어렵지만 애써 찾아보는 이유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 느끼지 못했거나 지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감각적 충격을 갈망하기 위함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여행의 첫 목적인 ‘쉼’의 또 다른 형태가 휴가일 것이기에 고단하고 피곤함도 잊게 된다. 어쩌면 철이 없는 행복한 이번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일 것이다.
룩셈부르크를 빠르게 거쳐 다시 국경을 넘어 독일로 들어왔다. 독일의 뒤셀도르프. 도착하자마자 찾은 현대미술관(Kunstsammlung)의 K20은 독일의 현대미술을 말해주고 있었고, 빠른 일정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잠시 잊을 만큼 즐거웠다. 같은 공간의 작품들이라도 나와 윤 작가의 각기 다른 관점으로 감상하며 나누는 대화의 여정이 무척 흥미롭다.
다음날 K20에 이어 K21 현대미술관(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에 갔다. K20에 비해 근대와 현대로 초점이 이루어진 기획이었다. 독일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정말이지 다양하고 수량도 어마어마하게 방대했다. 분명 미술관의 소장품 작가들이 겹치면서 다양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눈호강 만큼은 충분했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게르하이트 리히터, 앤디 워홀 그리고 한국의 박서보 화백 작품까지 거대한 미술관을 꽉 채우고 있었다.
큰 미술관을 들어갈 때는 1시간 만에 빠르게 보자 해놓고는 항상 2시간이 넘는다. 점심을 넘겨 나왔지만, 바로 맞은편에 붙어있는 미술관 ‘Kunsthalle Dusseldorf’를 건너뛸 수 없어 다시 들어갔다. 머리와 가슴은 꽉 채워졌지만 배는 고프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그림은 그만 보자 하고는 도시로 나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우리가 지나가는 골목이 맥주 양조장 골목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맥주의 나라답게 많은 사람이 서거나 높은 테이블 의자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우리도 어느 커플 옆자리에 살짝 합류해 맥주잔 두 잔의 넉넉한 행복감에 젖었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 뒤 다음날 쾰른으로 향했다. 뒤셀도르프를 떠나 쾰른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케밥을 먹고, 발라프리하르츠미술관(Wallraf-Richartz Museum)을 관람했다. 쾰른대 교수이자 철학자, 수집가였던 페르디난트 프란츠 발라프가 세상을 떠나면서 기증한 회화 드로잉-판화 1만여 점, 책 1만 3천여 권, 다양한 골동품들을 기반으로 1854년 상인 리하르츠가 설립한 곳이다.
간혹 미술관보다 도시 구경이 더 재밌다. 여행은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경험이 묘미이다. 다시 쾰른 대성당을 찾았다.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이자 서유럽을 대표하는 종교 건축물 중 하나이다. 처음엔 동방박사의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내 어느 곳에서나 높이 157m, 내부 길이 144m, 폭 86m의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함으로 쾰른의 랜드마크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폐허 속에서도 다 무너진 도시 중심에 살아남아 서 있는 흑백 사진 속 쾰른성당. 그렇게 전쟁 속 인간의 잔혹한 본성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보존되어 희대의 예술품으로 빛나고 있다. 성당을 나와 쾰른의 루드비히박물관(Museum Ludwig)을 살짝 들른 후 뒤셀도르프 방향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Insel Hombroich)로 향했다.
뒤셀도르프 남쪽 작은 도시 노이스에 위치한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은 중국 고대미술에서부터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1982년에 개관했다. 2004년 미술전문지 '아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의 숨겨진 미술관 TOP 10'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자랑한다. 이 미술관은 자연 속 긴 산책로에 세워진 미술관처럼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길 따라 세워져 있었다.
각각의 미술관으로 이동하는 코스의 중간쯤에 커다란 카페테리아가 있다. 그곳에서는 미술관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빵과 감자, 커피, 물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건물 안과 밖에서 많은 관람객은 주변에서 농사지은 유기농 작물들을 감사히 즐기고 있다. 맛도 정말 훌륭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중요 전시 공간이 공사 중이어서 아쉬웠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 아시아 미술관의 대표 명소인 일본 나오시마 섬의 지중미술관이 이곳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몬하임 암 라인(Monheim am Rhein), 본(Bonn), 코블렌츠(Koblenz) 등 몇몇 중소도시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5월에 출발해 러시아를 넘어 북유럽을 거쳐온 지난 일정들을 되돌아보며, 프랑크푸르트 외곽의 작은 동네 그늘진 공원 옆 주차장에 칠공이를 세웠다. 우선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시 중앙으로 나갔다. 처음엔 버스 기사에게 티켓 사서 타고 트램 정류장에서 이틀의 교통권을 끊었다.
프랑크푸르트는 30개가 넘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여있다. 슈테델미술관(Stadel museum)과 프랑크푸르트 미술협회(Frankfurter Kunstverein),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작은 갤러리들을 둘러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거리의 음악도 듣고, 그늘에 쉬다가 레스토랑에 가 근사한 저녁도 사 먹었다. 막바지 더위와 도시의 화려함 속에서 지쳐 칠공이에게 돌아왔다. 차박지 작은 카페에 자리 잡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두 번의 밤을 보냈다.
대도시 프랑크푸르트와 이별하고 독일 튀링겐주의 문화도시 바이마르(Weimar)로 향했다. 바이마르는 괴테를 중심으로 한 독일 문학의 중심으로 번영한 곳이다. 바이마르의 골목은 옛 동독의 느낌을 조금은 간직한듯 다른 도시들과 느낌이 오묘하게 달랐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과 울퉁불퉁한 돌길들에 고요함이 적막에 더 가까운 거리를 걸으며, 작은 광장 모퉁이에 히틀러가 즐겨 묵었던 호텔 앞에 잠시 서 있었다.
지금도 호텔 레스토랑에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동독 시절 그 어디쯤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묘한 상상을 하게 된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거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며칠간 바이마르의 따뜻하고 한적한 여유를 뒤로 하고 다시 라이프치히(Leipzig)로 갔다.
라이프치히는 2014년 윤 작가의 프랑스 파리 씨떼 레지던스에 머무를 때에도 들렸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페인팅 회화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친근한 도시다. 특히 갤러리와 작가 작업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예술지구가 있었기에 우리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곳이다. 라이프치히 조형예술 박물관(Museum der Bildenden kunste Leipzig)부터 ‘G2 kunsthalle’, 예술지구…까지. 라이프치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세상에 잠깐 나온 것같이 설렘과 흥분을 선사한다.
카페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화방을 들어서니, 예술적 영혼은 다시 자본주의의 왕성한 욕구로 샘솟는다. 초원을 치타처럼 이리저리 화방을 뛰어다니며 미술 재료들을 탐닉했다. 두 손은 무거워지고 지갑은 가벼워졌다. 하지만 한동안 그리지 못한 시간을 보상받을 기대감으로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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