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31일 회의가 왜 중요?… 엔화 약세 vs 강세 ETF 어느 쪽 손들어주나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10. 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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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YCC 유지’ 다수 예상에도
日10년물 수익률 상향·폐지 전망
수익률 상한 올리면 경제 부담
현 1% 유지 시 엔화 하방 압력
엔화 헷지 미국채 ETF 여전히 인기
뉴욕증시선 ‘엔 반등vs 하락’ 베팅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현지시간으로 일본은행은 이달 30~31일, 연준은 이달 31일~11월 1일 각각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사진 출처=일본은행, 연준
‘슈퍼 엔저’ 탓에 고심에 빠진 일본은행(BOJ)이 오는 31일(이하 현지시간)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가운데 시장은 일본은행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상한선 조정에 관한 언급을 내놓을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 국채 수익률은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일본은행이 수익률 상한을 올리면 시중 금리가 덩달아 올라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진다.

반면 수익률 상한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경우 미·일 국채 수익률 격차 탓에 엔화 가치가 더 곤두박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시 전문가 중 약 75% 는 일본은행이 오는 31일 회의에서 10년 만기 국채에 대한 수익률곡선조정(YCC)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달 22일 “물가 목표 실현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YCC 철폐와 마이너스 금리 수정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그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도쿄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 엔/달러 환율이 ‘1달러=160엔’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례로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전략가는 지난 5일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미국은 긴축, 일본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 쉬운 상황”이라면서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달러 대비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통화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말 YCC 정책을 수정해 국채 수익률 상한을 1.00% 로 설정한 바 있다.

도쿄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 연중 흐름. 올해 1월 이후 시세가 약 23% 떨어졌다. 특히 일본은행이 YCC 상한을 1.00%로 수정한 지난 7월 28일 이후 약 17% 하락해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후 슈퍼 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국 투자자들은 도쿄증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를 집중 매수해왔다.

한국 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이달 2~27일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ETF 를 총 4144만5408달러(약561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엔화 가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경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데다가 미국 국채 이자 수익을 비롯해 향후 미국 국채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ETF 는 환 헤지형이다. 엔/달러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했기 때문에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엔/달러 환율 변동에서 일정 부분 자유롭고, 엔화 반등시 환차익을 내는 구조다.

뉴욕증시 ETF 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엔’( YCL) 과 ‘프로셰어스 울트라숏 엔’(YCS) 연중 시세 흐름
한편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엔화 약세와 반등에 승부수를 띄운 ETF 가 투자 눈길을 끌어왔다.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뉴욕증시에서는 엔화 강세에 2배 레버리지 베팅하는 ETF 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엔’(티커 YCL) 시세가 전날보다 1.14% 올라선 반면, 엔화 약세에 2배 레버리지 베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숏 엔’(YCS) 시세는 1.08%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YCC 정책을 다시 수정해 국채 수익률 상한선을 한 번 더 올리면 엔화 반등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일부 작용한 결과다.

다만 올해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탓에 1월 이후 연중 기준으로 YCL 시세는 약 29% 떨어졌고 YCS 는 42% 올라선 바 있다.

엔화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는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은행이 수익률 상한선을 점차 올린 후에 최종적으로는 YCC 정책 자체를 폐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 공매도에 나섰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야마다 슈스케 일본 지부장은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YCC 를 변경해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 한도를 기존 1.00%에서 1.50%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는 해당 국채 수익률이 기존 상한선인 1.00%에 육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나가이 시게토 일본경제 담당자는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당장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마이너스 기준금리 체제를 종료하거나 YCC 조정을 통해 수익률 상한 변경에 나설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치증권의 고야마 켄타로 일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일본은행으로서는 이번 회의 뿐 아니라 오는 12월 회의에서도 YCC 변경 필요성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히 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행(BOJ) /출처=BOJ
YCC 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특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포함한 금융 자산을 무제한 사들이는 정책이다.

YCC 는 양적 완화(QE)와 함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한 공개시장조작정책과 지급준비율정책, 재할인율정책 등 세 가지를 말한다.

일본은행의 YCC 정책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심 받게 된 배경은 ‘슈퍼 엔저’ 탓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28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YCC 상한을 기존 0.50%에서 1.00 %로 올렸다.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지 않자 일본은행이 사실상 긴축 모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당시 나온 바 있다.

다만 이후에도 일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연간 4% 대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인플레 압박이 여전한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 기조와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이 맞물리면서 엔화 약세가 두드러진 탓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YCC 상한을 더 올리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 0.80~0.90% 선으로 올라 일본은행의 기존 목표치인 1%에 육박하고 있지만 YCC 탓에 상승세가 제한된 결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일본의 6배에 달할 정도로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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