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이하 대출 기피하나…채무자보호법 불똥, 서민은 어떡하라고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10. 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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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보호 방점…채권자는? 위헌 소지
부실채권 매각, 추심도 쉽지 않을 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가운데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이자 제한, 추심부담 경감 등을 골자로 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채무자(차주) 보호를 위한 법 제정 취지와 달리 일부에서는 금융권에서 대출 자체를 기피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왜 일까?

30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3000만원 이하’ 대출채권(원금 기준)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법 취지가 채무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적용 대상인 3000만원 이하 대출은 연체 시 받아내기도 어렵고, 채권을 매각하기도 녹록지 않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3000만원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 채권의 평균 원금 등을 감안해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 3000만원 이하는 금융권 대출 건수 기준으로 73% 수준인 반면, 금액 기준 15% 내외 수준에 불과해 금융회사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금융취약층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정책당국의 판단도 작용했다.

현재 법 심사 과정에서 3000만원 이하 대출에서 5000만원 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저소득·서민들의 경우 법 시행 시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3000만원 이하 대출은 은행보다는 금융취약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중소형 금융회사에 집중되는 있는 실정인 만큼, 이들의 금융소외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부실채권 추심과 매각이 쉽지 않은 점은 대출을 애초 취급하는 금융회사로서는 부담이다. 연체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른 것.

부실채권을 매각하려면 이를 매입하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3000만원 이하 부실채권의 경우 매입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설사 매입을 해도 법에서 채무자 보호를 강화해 사실상 추심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부실채권 매입에 따른 담보비율을 개인채무자보호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더한다.

법을 보면 부실채권을 살 때 매입추심업체가 매입 채권을 담보로 조달할 수 있는 담보비율을 75%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담보조달비율 제한이 추심업체의 자금 사정을 더 압박해 채무자 보호라는 정부의 입법 취지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헌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이라는 법의 명칭처럼 무엇보다 채무자의 권리를 보호하다보니 채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헌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이한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법률안 연구 발표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 제정 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회의 개인채무자보호법 심의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법안 통과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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