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스마트·친환경 조선소 전환 가속”
조선 산업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탈탄소(Decarbonization) 이른바 '2D' 대응 최일선에 있다. 대표 중후장대 업종에서 스마트·친환경 산업으로 전환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화오션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한화그룹 품에 안긴 이후 스마트야드 구축, 수소·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 기반의 친환경 연료·운반 기술 개발에 어느때보다 발빠르게 나섰다. 예정된 투자 규모만 3000억원 이상이다. 체질개선을 통해 생산·안전성을 제고하고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기자가 찾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친환경 기술 개발, 디지털 전환과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 스마트 조선소'로 진화하고 있었다.
◇한화오션 “중후장대·디지털 공존은 필수”
거제시의 동남·북을 잇는 도로를 달리자 멀리서 '한화'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에 한눈에 들어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 크레인은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의 상징과도 같은 장비다.
조선소 안으로 들어서자 '중후장대'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490만㎡(150만 평), 여의도 면적의 약 1.5배나 되는 부지가 좁아 보일 정도로 다양한 건물, 설비, 선박이 조선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손톱만한 부품부터 선박까지 모두 이곳에서 제조한다”면서 “각 공정에서 조립한 부품과 선박 부위가 도크와 암벽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조립되는 것을 감안하면 조선산업이 반도체업 만큼 정교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거대하고 복잡한 조선소의 운영, 관리 정확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이미 구축한 자동화 라인에 인공지능(AI)/센서/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 '스마트야드'로 고도화한다.
한화오션은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핵심 과제는 '연결화' '자동화' '지능화'다. 현재 생산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해 임직원 모두에게 연결하고 있다.
이날 찾은 '디지털 생산센터'는 한화오션이 추구하는 스마트 야드의 전진 기지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곳은 건조 중인 블록 위치와 생산 공정 정보 현황 등을 드론과 IoT 센서 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 바다 위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를 육지에서 확인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 등 2개의 센터로 구성된다.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각종 생산 정보를 공유한다. 주목할 점은 드론을 도입한 한화의 발상이다. 조선업계 최초로 드론으로 조선소 내부를 촬영, 블록과 생산 설비, 장애물 등의 길이와 면적을 자동으로 계산해 활용 가능한 적치 공간을 찾는다.
현장 전체 상황을 분석해 트랜스포터가 블록을 운반하는 데 필요한 최적 이동 경로를 제시하는데 이는 곧 공기 단축과 안전성 확보로 이어진다.
스마트 시운전센터는 해상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시운전 중인 선박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 인력이 예인 선이나 헬기를 타고 해상에 있는 배로 직접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지금은 스마트 시운전센터에서 엔지니어가 원격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시간으로 해결책을 제공한다. 안벽에 선박을 배치할 때도 가장 효율적 방안을 시뮬레이션 한다.
권순도 스마트야드 연구팀장은 “도크, 안벽단계 선박의 모든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트윈 쉽 기술을 이용, 선박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을 통해 스마트야드 구축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마트야드 구축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판단이 깔렸다. 최근 조선업계는 모처럼 수주 훈풍을 맞고 있지만 한편으론 인력 부족이라는 숙제에 직면해 있다. 사람과 경험 중심의 기존 생산 체계를 더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은 스마트 야드를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숙련직 생산 인원 감소에도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최고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
한화오션의 LNG운반선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현재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LNG운반선 4척 중 1척은 한화오션이 건조했을 정도다.
한화오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의 근간은 거제사업장에 위치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다. 두 곳 모두 한화오션이 업계 최초로 설립해 운영중이다. 국내 대다수 조선소는 이런 자체 실험센터를 보유하지 못했다.
이날 방문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2015년 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LNG의 재액화·재기화 시스템, 암모니아를 연료로 공급하는 시스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 액체 이산화탄소 화물을 관리하는 실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설비에는 성에가 끼어 하얀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액화질소를 이용한 모사실험이 아니라, 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극저온 시스템으로 실험을 하기 때문이다.
LNG운반선에서 액체상태의 천연가스는 운송 중 기화해서 증발한다. 기존 선박에서는 이렇게 기화되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태워버려야 했다. 그러나 재액화장치는 이런 증발가스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꿔 손실을 최소화한다.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재액화장치가 적용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NG운반선의 표준을 바꾼 LNG 재액화장치는 이곳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실증을 거친 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 실제 선박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슬로싱 센터로 이동하자 네개의 다리 위의 올려진 수조가 연신 좌우·상하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조 내 유체가 벽면을 칠때 발생하는 압력을 측정하는 연구 장비다.
슬로싱 현상은 선박의 안정성,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따져 최적의 저장탱크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이 조선사의 핵심 노하우다.
슬로싱 연구센터는 슬로싱으로 인한 선박 피해 최소화 기술을 연구한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발주되고 있는 LNG운반선의 화물창에 대한 슬로싱 연구뿐만 아니라, 9만8000㎥급 액화에틸렌운반선(VLEC)의 화물창과 액화이산화탄소(LCO2) 화물창의 슬로싱 하중 평가를 수행하며 다양한 액화 가스 운반선 화물창 하중 해석 기술을 확보했다.
이상범 슬로싱연구센터 책임은 “슬로싱 현상으로 인한 유체의 압역은 항로, 유체 성격 등 조건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면서 “한화오션은 저장탱크 내부 부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운반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기 위한 노하우를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친환경 연료로 부각될 암모니아와 액화수소에 대한 슬로싱 하중 평가도 수행할 예정이다. 이산화탄소·암모니아·수소 운반선 등 친환경 운반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고의 설비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미래 친화경 선박을 연구·개발·건조하는 요람”이라면서 “조선산업은 수출, 고용창출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 홈IoT '스마트싱스' 확장 신규분양 아파트 절반에 구축
- [모빌리티 빅뱅]〈5〉車 한계 넘는 이동 혁명 '로봇·UAM'
- 미래 반도체 좌우할 패키징은…'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심포지엄' 내달 8일 개최
- [모빌리티 빅뱅] 빅테크도 “로봇·UAM 시장 공략 박차”
- [모빌리티 빅뱅]권오성 카카오모빌리티 리더 “로봇 HD맵 개발…미래 모빌리티 현실화”
- 아르헨티나에 모인 스파이더맨 1000여 명…“기네스 기록 도전”
- 항공기 엔진에 동전 던진 中 승객…왜?
- 우리들의 일그러진 행성…목성 표면에 나타난 '찌푸린 얼굴'
- '친 푸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푸틴에게 건넨 한마디
- 1.8톤급 달 착륙선 개발사업 예타 통과…2032년 발사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