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리스크’ CJ ENM도 덮쳤다…‘콘텐츠 명가’가 마주한 연이은 악재
《더 문》 등 흥행 참패로 사업 부진…“영화·드라마 3분기도 손실 추정”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마약 리스크가 한국 콘텐츠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배우 유아인에 이어 이선균까지 마약 투약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촬영을 끝마친 많은 작품이 공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약물 쇼크'는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투자·배급·제작사인 CJ ENM까지 덮쳤다.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탈출》의 개봉이 불투명해지면서, 흥행작의 힘으로 적자에서 탈출하려던 CJ ENM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180억 투입된 대작…주연 배우 마약 의혹 '암초'
올해 CJ ENM의 콘텐츠 성적은 특히 좋지 않다. 제작비 137억원을 투입한 영화 《유령》은 흥행에 실패했고, 텐트폴 대작으로 꼽혔던 김용화 감독의 영화 《더 문》은 51만 명의 관객만을 동원하며 참패했다. 추석 연휴에 흥행 기대감을 모았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그나마 1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지만 아직 손익분기점(24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기준 CJ ENM은 매출 1조489억원, 영업손실 30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OTT 티빙이 포함돼있는 미디어 플랫폼 부문과 영화·드라마 부문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영화·드라마 부문에서는 매출 2296억원, 영업손실 311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도 영화·드라마 부문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예상되는 영업적자 규모는 300억원 가량이다.
특히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요소 중 하나는 지난 8월 개봉한 《더 문》의 성적이다. 《더 문》에는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제작비용이 투입됐지만,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600만 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CJ ENM은) 8월 개봉한 투자배급영화 《더 문》의 관객 수가 50만 명대에 그쳐 영화·드라마 부문이 손실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천만 영화' 7편을 통해 국내 4대 배급사(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중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 온 CJ ENM로서는 최근의 성적이 뼈 아플 수밖에 없다. CJ ENM은 올해 대규모로 조직을 개편하고 투자·배급팀 등 내부 부서를 통합·축소했다. 영화 투자를 그만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CJ ENM측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를 통해 '영화 사업 철수설'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탈출》 역시 20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이 중 CJ ENM이 순제작비로 투입한 금액은 180억원이다. 그동안의 부진한 성적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탈출》은 CJ의 반전 카드가 돼야 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호평을 받는 등 저력도 충분했고, 작품성도 부각되며 국내 개봉 전부터 흥행의 조짐이 보였다. 《탈출》은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유일한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재난 장면과 역동적인 전개로 호평을 받으며 첫 상영 이후 4분간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칸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접한 해외 배급사들도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 KMBO는 "한국 영화의 장르적 쾌감의 기준을 한 단계 올려준 작품"이라고 평했고, 중동 배급사 엠파이어 네트웍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달리는 액션과 스릴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고 언급했다. 《탈출》은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 140개 이상의 국가에 선판매되면서, CJ ENM이 기지개를 펼 수 있도록 도울 작품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후반 작업 진행 중…수사 상황 지켜봐야"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개봉 전부터 큰 장애물을 맞닥뜨리며 CJ ENM은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굴레에 빠지게 됐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선균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CJ의 '한 방'이 될 것으로 예측됐던 《탈출》의 개봉 일정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이르면 연내, 늦으면 내년 초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일정이 무리라고 보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제 기소까지 이어질 경우, 재판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CJ ENM은 수사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탈출》이 영화관 개봉 대신 OTT 공개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주연 배우의 리스크를 제외하면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콘텐츠인데다 흥행 요인이 많은 영화인만큼 OTT로 직행할 경우의 수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탈출》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정확한 개봉 시기는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선균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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