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부 영남의원 “TK 잡아놓은 고기 취급…인요한, 낙동강 발언 사과하라”
국민의힘 영남 의원들은 최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자신들의 거취를 겨냥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부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인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은 30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제가 공개발언하며 인 위원장에게 사과 요구했다”며 “인 위원장은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으로 해라’ 운운한 것에 대해 농담이라고 했지만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분들은 우리 당이 어려울 때 우리 당을 지켜왔고 자유우파 대한민국을 지켜온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곳도 TK였다. 그런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뒷전 서란 말 자체가 마치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승만 정권 때도 4.19혁명에 앞서 대구 학생들이 봉기한 ‘2·28 민주운동’이 일어났을 만큼 대구는 깨어있는 곳”이라며 “요즘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거기 기름 부은 것이 인요한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 위원장이 우리 당 잘 되라고 좋은 취지로 말했다지만 중요한 것은 말한 사람의 취지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입장”이라며 “대구·경북 시·도민들을 잡아놓은 고기 취급으로 인식했다. 이건 해당행위에 준하는 언동이다. 인 위원장이 정중히 사과하는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혁신도 궁극적으론 우리 당의 지지율을 높여서 총선 승리를 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말들로 TK 시·도민들의 지지를 약하게 만든다면 본의 아니게 나쁜 결과를 만든다. 앞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도 제대로 잘해서 좋은 공천하고 정책 잘 개발해서 수도권에 많이 당선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이 ‘영남당’ 이미지를 탈피해야한단 지적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영남권 탈피 전략이 영남권 무시하고 잡아놓은 고기로 취급해서 민주당 잘 되게하는 것으로 가면 실패한다”고 했다.
이날 의총에선 류성걸(대구 동구갑) 의원도 발언대에 나와 김 의원 주장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언급한 ‘험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산 5선 조경태 의원은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부산 북강서갑·사하갑·남구을과 (경남) 김해갑·양산은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며 “험지냐 아니냐의 기준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또 “영남당, 호남당은 식상한 프레임”이라며 “수도권도 지금 빨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점유한 영남 험지 지역에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당 안팎에서 여럿이 제기했던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이날도 이어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구 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콜로라도 주 의원을 워싱턴 D.C.에 갖다 놓으면 선거가 되겠나”라고 비꼬아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시나리오는 선거에 있어서 말 그대로 양념 같은 수준의 이야기”라며 “홍범도 논란과 박정훈 대령 처우, 경제상황 등에 빡친 유권자가 주호영·김기현 두 의원의 수도권 출마로 마음이 풀릴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 스타 수도권 출마론’에 대해 말을 아꼈다. ‘영남 중진 스타’로 지목된 김기현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이디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한 바가 없다. 정식으로 제안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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