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중국 흑연 수출통제, 미국 진출 한국 배터리 기업 영향 가능성도”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 기업이 중국에서 흑연을 들여오는 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펴낸 ‘중국 흑연 수출 통제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중국 흑연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시행 시 일시적으로는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과거 사례로 보면 약 3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수출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가 중국이 과거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한 2006년 9월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9월과 10월 중국의 흑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4%, 4.8% 감소했지만 11월부터는 다시 수출이 정상화됐다. 당시 중국이 일부 흑연 제품의 수출을 허가 방식으로 바꾸는 수출 통제에 들어가면서 2∼3개월가량 수출 지체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후 수출이 다시 정상화된 것이다.
올해 1∼9월 기준, 국내 흑연 제품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천연 흑연이 97.7%, 인조 흑연이 94.3%에 달한다. 포스코퓨처엠이 경북 포항에 2021년 12월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지만 인조흑연 연간 생산량 규모가 8000t 규모로 국내 배터리 수요의 21%에 불과하다. 내년 하반기가 돼서야 총 1만8000t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를 미국에 대한 보복성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미국에 공장을 둔 우리 배터리 기업이 수출허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무협은 설명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으로서도 우리나라는 흑연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로 중요한 지역이지만 미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기업으로의 수출 허가가 지연·반려될 우려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흑연 수출 통제 물품을 조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12월부터 기존 수출 통제 대상이던 인조흑연에 더해 2차전지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 등을 새로 통제 대상에 올린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이들 품목의 흑연을 수출하는 기업은 중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무협은 장기적으로 수입국 다변화와 대체재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모잠비크, 브라질, 일본 등으로 흑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배터리 산업에서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공급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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