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IT 스타 기획자에서 5년차 VC 창업자가 된 이람, VC라는 창업은?

임경업 기자 2023. 10. 30. 14: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유료 구독자는 시즌8의 12곳 스타트업 창업자 이야기와 함께 이전에 발행한 100곳 이상의 스타트업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유료 가입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입니다. 무료 가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입니다. 감사합니다.

VC TBT가 창업 5주년을 맞았습니다.

‘운용자산 AUM 2671억원, 9개 스타트업 엑싯, 현재까지 투자한 산업 분야별 투자금 비중은 플랫폼, 커머스, SaaS, 딥테크 등 ICT분야가 총 1,528억 원으로 전체의 79%를 차지. 전문가 매칭 서비스 플랫폼 숨고는 올해 이용자 1,000만 명을 돌파.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올해 3000억원 거래액 예상. 센트비는 해외송금 분야 국내 1위 핀테크 기업으로서 최근 기업가치 1500억원....’

화려한 숫자의 나열과 팩트 속에 궁금했습니다. 결국 VC도 창업의 결과물이고, TBT라는 VC를 창업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요. 이람 대표는 인터넷 업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획자입니다. 그가 참여하고, 주도한 프로젝트의 일부만 꼽더라도 싸이월드의 아바타(미니미), 네이버 블로그·카페·밴드 등이죠. 네이버 임원을 거쳐 2018년 나와 창업한 VC가 TBT이고, 네이버도 이 대표의 안목과 추진력을 믿은 덕인지 여전히 TBT의 핵심 LP(출자자)이기도 합니다.

결국 TBT는 VC업계의 스타트업인 셈이고, 이번 인터뷰는 이 투자 스타트업을 만든 창업자 이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인터뷰입니다. 이 대표는 어떤 TBT는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지, 지금의 위기는 어떻게 돌파해야 하고, 당분간 투자 시장을 어떻게 될 것인지. 1시간 30분 동안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습니다. 이날 인터뷰는 TBT의 옛 사무실을 잘못 들르면서 시작됐습니다. 안내해 준 곳과 달리, 네이버 지도에 입력된 곳으로 무심코 잘못 간 것이죠. 그런데도 그곳에 TBT 간판이 붙어 있었고, 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5분 거리의 다른 사무실로 오고 나서야 이람 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람 TBT 대표. /TBT

◇63곳 투자해서 지금까지 망한 곳은 2곳, “잘 안 망하는 포트폴리오사가 우리 특징”

-옛 사무실을 잘못 들었습니다. 누가 쓰고 있나 봐요.

”컴퍼니빌딩을 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못하고 작게 하고 있고요. 1호가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그립, 2호는 중고거래를 라이브커머스로 풀었던 구슬이라는 곳이고요. 이번 팀이 3호 스타트업입니다. 론칭을 준비하고 있고요. 아마 어제 새벽까지 일했을 거예요. 오전 늦게 나와서 사무실에 불이 꺼져 있나 봐요.

아이템은 주얼리의 ‘크림’이라고 보면 돼요. 리셀 플랫폼이죠. TBT가 두나무의 자회사 ‘바이버’에도 투자했거든요. 이 회사가 남성 시계를 주력으로 리셀 플랫폼을 운영하는데요. 이것의 여성 주얼리판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남성 액세서리의 끝판이 시계로 가듯이, 여성도 주얼리로 가는데요. 주얼리 시장들의 특징이 있거든요. 까르띠에 같은 브랜드의 인기 라인들도 보면 나온 지 30년이 넘었고, 과거 디자인과 지금 디자인도 큰 차이가 없어요. 결국 당근마켓에서 거래됐던 운동화 리셀은 크림이 가져갔고, 시계 리셀 시장은 바이버가 노리듯이 버티컬로 주얼리도 이렇게 분화되는 것이죠. 11월 런칭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금융적으로도 재밌는 부분이 많고요.”

-지금까지 스타트업 몇 곳에 투자하셨나요?

“펀드는 총 7개, AUM은 2700억 정도고요. 3년 전쯤 AUM이 1100억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피투자사, 포트폴리오사는 63개고요.”

투자한 스타트업을 보면 그 VC의 성격이 나온다고들 합니다. 투자한 63곳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사업가 출신, 산업계 출신 멤버들이 TBT의 특징인데요. TBT보다 앞단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많이 있어요. 씨드투자나 프리A라운드에 투자하는 프라이머나 본앤젤스도 있고요. 그런데 오히려 A라운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VC 수가 좀 적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뒷단으로 가서 시리즈 B, C는 VC 수는 적지만 금액이 큰 반면, A라운드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그리고 A라운드 창업자들은 여전히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투자사들과 많이 하고 싶어하거든요. 고민도 많고, 사업을 스케일하는 법, 마케팅 전략 등. TBT가 창업자들과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누기도 하고요, 시장에서 차별성이 있는 부분입니다. 저도 어찌 보면 스타트업처럼 5년 전에 VC시장에 진입을 한 것이고요. 나름 다른 VC와 다르게 포지셔닝을 하고 결정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인터넷, 모바일 출신이니, 이 산업의 컬러가 있고요. 60개 스타트업 중에 4분의 3 정도는 모바일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있는 것은 미래에 떠오를 이머징 카데고리 같은 것들요. 예를 들어 샐러드 스타트업 중에 스윗밸런스라는 곳이 있는데. 5년 전에 투자를 했어요. IT 기반이 아니고, 당시에는 샐러드가 핫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샐러드는 지금 김밥처럼 일반적인 식품이 됐으니까요. 꼭 IT 중심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유망한 소비재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하죠.

또 하나 특징은 투자한 스타트업이 잘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VC 펀드 포트폴리오 60개 중 30개는 망하고 25개는 중박이며, 5개가 펀드 메이커가 된다고들 하잖아요? TBT 투자 스타트업들은 잘 안 망해요. 지금까지 망한 회사는 2개고요, 생존율이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편이죠. 어려운 시기에도 TBT는 힘든 스타트업 살려내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1호 컴퍼니빌딩 스타트업, 그립의 김한나 대표와 사업자등록증이 나오고 찍은 기념 셀카. /TBT

◇“창업자의 똘끼, 총기, 끈기 중 그 중의 제일은 끈기”

인터넷 산업 시작하던 96년 시작...”산업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이 레터를 읽을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가장 궁금한 것.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무엇을 가장 많이 보시나요?

”창업자를 가장 많이 보고요. 얼마나 우직한가를 제일 많이 봅니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 창업가에게 필요한 덕목이 똘끼, 총기, 끈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 중에서 끈기가 제일 중요해요. 사업을 하다보면 늘 똑같지도 않고, 자기 통제 안에 있지도 않고, 생물처럼 움직이더라고요.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 동인이 그 자체에 있지 않으면 쉽게 지쳐요. 반대로 지치지 않는 창업자들이 있고요. 잘 된 스타트업들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회사들도 지금 보면 다들 10년 정도 됐거든요. 스타트업은 풀려는 문제에 집중해야하고, 사업 다각화를 하려는 회사가 있으면 제가 챌린지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망하려고 하는 스타트업이 드는 병이 있거든요. 창업자가 PR이나 네트워킹, 펀드레이징 등에 너무 집중하는 것, 그리고 연예인처럼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위기죠. 지금까지 잘 됐으니, 잘 될 거야. 그 믿음은 사실 허상이고요.”

-지금까지 어떤 회사를 엑싯했나요, 혹시 수익을 크게 벌어준 회사도 있을까요?

“지금까지 9개 회사고요. 카카오 픽코마가 보이스루라는 번역 스타트업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오늘의픽업(물류)을, 또 그립컴퍼니 지분 일부도 카카오에 엑싯했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인수합병으로, 송은이님이 만든 컨텐츠랩비보는 세턴더리 엑싯을 했고요. 그밖에 마피아컴퍼니, 스카이랩스, 엔씽, 스테이폴리오도 구주 매각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를 진행했습니다. 공식적인 투자 수익률은 아직 5년차 VC라 청산 펀드가 없어서 밝히기 어렵고요. 중간 수익률을 결국 의미가 없고, VC는 최종적인 펀드 수익률로 이야기를 해야하니까요.”

-그립도 꽤 빠르게 라이브커머스를, 스윗밸런스도 샐러드, 오늘의픽업도 비교적 빨리 미들마일 물류 시장 진출한 스타트업입니다. TBT의 전략은 ‘트렌드에 빠르게 발을 맞추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기억하는 강렬한 기억 중 하나가 아버지가 저를 데리고 동네 쌀가게 같은 작은 가게들을 지나치면서 했던 말예요. ‘람아, 이런 가게들이 결국 다 없어진다’고 했어요. 미국에 가서 슈퍼마켓을 갔는데, 거긴 킬로그램이라는 도량형을 쓰고 페이퍼백에 다 담아서 팔았고. 그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아버지는 한국유통연구소라는 연구소의 연구소장을 하셔서 유통 산업 연구를 하셨어요. 그렇다보니 해외의 유통 산업 트렌드에 밝으셨던 것이죠.

어느 산업이 올라가고, 어느 산업이 내려간다면, 한 개인은 어떤 그 내려가는 업종에 들어가서 거부할 수가 없어요. 대세 하락이면 개인의 역량으로 그걸 들어올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이라는 산업의 흐름을 탄 덕이죠. 그렇다고 제가 ‘인터넷이 뜰거야’라는 것을 분석해서 인터넷 업계로 온 것은 아니고요. 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학점이 엉망진창이었는데, 학점을 안 보고 무조건 뽑는 곳이 인터넷 업계였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해가 TCP/IP가 시작된 해(1996년)였으니까요. 그 뒤로 인터넷은 산업이 뒤로 간 일이 없었어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저는 지금도 앞으로 5년이나 10년 후에 뭐가 잘 된 것인지. 그걸 제일 고민해요. 네이버에 있을 때도 15년 동안 신사업 담당을 했던 셈인데, 신사업이라는 것이 잘 되는 걸 지키거나 활성화하는 것보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 것이고요. TBT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고 여기에 치열하게 덤비는 분들을 보는 업을 하게 된 것이죠.”

업스테이지 멤버들과 TBT 멤버들이 함께 떠난 등산. /TBT
쫌아는기자들이 만드는,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주 3회 발행하는 유료레터입니다. 오늘의 무료 콘텐츠는 여기까지 입니다. 전문의 절반을 공유합니다. 아래는 전문에 나온 부제와 질문입니다. 어떤 분이 ‘절반이나 공유하는데 누가 돈을 내고 보냐’고 걱정하십니다. 본래 쫌아는기자들의 시작은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기자들이 네이버나 구글에선 못보는 찐 스토리를 전달하는 뉴스레터’입니다. 그래서 상당부분을 무료 구독자께도 공유합니다. 다른 분들께도 널리 전파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윈도우는 닫혔다” 앞으로 돈이 될 산업은?... “IR은 준비된 쇼”

-그렇다면 대표님이 보는 5년, 10년 뒤에 유망한 산업은요?

-VC의 트렌드 변화 이야기가 있는데요. 최근 안레드센 호로위츠 같은 대형 VC의 경우 내부에 리쿠르팅 인력, PR 인력을 두고 포트폴리오사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더라고요. 아예 창업단에서부터 리쿠르팅에 개입을 하기도 하고요. 대표님도 어쨌든 자본의 입장보다는 사업의 영역에 있던 분으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창업자의 끈기를 이야기했는데, 끈기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재무제표가 아닙니다. 어떻게 끈기를 확인할 수 있나요?

-VC 인더스트리의 흐름은 어떤가요. 고금리 시대에 이 정도 금리면 VC에게 요구하는 시장의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이 혁신에 ‘How’가 안 되는 이유, 그래서 TBT가 그들에게 제시하는 방법은?

-결국 VC는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하고, VC도 LP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LP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이 논리가 개별 VC의 경쟁력을 좌우할텐데요.

-대기업 입장에선 이런 신사업을 내부에서 하고 싶으려는 니즈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걸 왜 못 해?’ 라면서.

-VC 시장, 투자 시장이 좋아야 스타트업들 환경이 훨씬 좋아질 것 같은데요. 언제쯤 스타트업 시장은 좋아질까요.

-VC 창업자 이람에게 당장의 목표가 있다면요.

자사 인티그레이션 멘토링 이후, 권오현 전 회장이 초격차 저서에 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 /TBT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