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兆 규모 LNG선 4척 동시 건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거제=윤예원 기자 2023. 10.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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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한화오션으로
IMO규제 맞춰 친환경 기술개발 박차

지난 27일 오전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 이곳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였다. 크기는 여의도의 약 1.6배인 490만㎡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지난 5월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 단 이곳에는 대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높이 103m, 폭 150m의 골리앗 크레인은 한화그룹을 상징하는 주황색 페인트로 덮여있었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 내부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dock)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네 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dock·선박 건조·수리 시설)에서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네 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네 척을 합치면 가격이 1조원을 넘는다. 1981년 4월 준공된 제1독은 길이 530m, 폭 131m, 깊이 14m다. 다른 독에 비해 폭이 넓어 네 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던 이곳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도 옥포조선소의 중심이었다.

독에서는 선박을 이루는 철 구조물인 블록(block)을 레고처럼 쌓는다. 블록은 선박의 크기에 따라 100톤(t)에서 1000t까지 다양하다. 제1독에서는 선박의 외형을 이루는 블록을 붙이는데, 이 과정은 6주 정도 걸린다. 형태를 갖춘 선박은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LNG운반선의 전체 건조 기간은 약 1년 반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65척의 LNG운반선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제1독을 LNG운반선 전용 독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건조 기간을 단축하고, 조선업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혁신 연구센터에서 다섯 가지 자동화 용접 로봇을 연구 중이다. 배 한 척당 약 2000~4000개의 용접 선이 생긴다. 작업 구역에 따라 작업자가 몸을 과도하게 꺾거나, 숙여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작업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섬광은 작업자의 눈과 호흡기에 치명적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의 레이저 아크 하이브리드 용접 시스템. 정확한 용접 부위에 레이저를 쏠 수 있다./한화오션 제공

이날 한화오션은 LNG 화물창(화물을 넣는 선창) 코너에 들어가는 구조물을 레이저 로봇으로 용접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보통 무게가 1.5t 정도인 이 구조물은 십자가 모양인데, 작업자가 직접 각 면을 모두 용접해야 했다. 수작업을 하면 가끔 구조물이 변형되기도 하는데, 로봇을 이용하면 필요한 부분에 정확히 레이저를 쏠 수 있다. 1초당 약 1.5m 작업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도입에 맞춰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한화오션이 공개한 이중 연료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기존 선박유와 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고압 이중 연료추진 엔진(ME-GI 엔진)과 망간이 많이 함유된 합금강(고망간강)을 사용한 연료탱크가 적용됐다. 고망간강은 극저온 등 극한 외부 환경에서도 손상이 덜하다.

주황색 선체 위에는 총 7500㎥ 크기의 LNG 연료 탱크가 설치돼 있었는데, 한국에서 중동지역까지 왕복이 가능한 용량이다. 선박의 전체 길이는 약 366m, 높이는 60m로 원유 30만t을 운반할 수 있다. 1년 3개월간 건조돼 30일 선주에게 인도된다. 가격은 약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다.

한화오션의 이중 연료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고압 이중 연료추진 엔진(ME-GI 엔진)과 고망간강을 사용한 연료탱크가 적용됐다./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는 친환경 추진연료와 관련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NG 재액화·재기화 시스템 및 암모니아를 연료로 공급하는 방법 등을 연구 중이다.

액체 상태인 천연가스는 LNG운반선으로 운송하면 운송 중에 일부가 기화해 증발한다. 기존에는 기화되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태워야 했지만, 재액화 장치를 도입하면 증발한 가스를 다시 모아 액체로 바꿀 수 있다.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재액화 장치가 들어갔다.

액화 에너지 화물창에서 발생하는 ‘슬로싱 현상(Sloshing)’을 연구하는 슬로싱 연구센터도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슬로싱은 선박으로 액체 화물을 옮길 때 해상에서 출렁이는 현상을 말한다. 슬로싱 현상이 발생하면 선박 화물창 벽면은 충격을 받는다. 극저온으로 액화된 LNG나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가 벽면을 손상할 수 있다. 수리 기간은 약 6~8개월인데, 운송이 늦어지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선주사와 화주에게 돌아간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슬로싱 연구센터에서 슬로싱 모션 플랫폼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한화오션 제공

연구가 이뤄지는 슬로싱 모션 플랫폼은 파도를 구현하는 하단 구조물 위에 3D프린터로 만든 화물창 모형을 부착해 만들었다. 하단 구조물은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터 다리를 이용했다. 통상 LNG 화물창은 팔각형인데, 500개의 압력 센터를 부착해 슬로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도를 바꾸는 실험을 한다. 화물창 내부에 벽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적재량이 줄어든다. 유의미한 실험값을 도출하기 위해 한 시나리오를 30분씩, 약 500번 돌려본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 전체에 ‘스마트 야드(Smart Yard)’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스마트 야드란 사물인터넷, 5세대 이동통신(5G), 증강현실(AR)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사업장 전체의 생산 데이터 및 시운전 현황 등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공항의 관제탑 같은 역할을 하는 디지털 생산 센터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는다. 한화오션은 앞서 유상증자로 자금 2조원을 확보한 뒤 3000억원을 스마트야드 구축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오션은 올 3분기에 매출액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 당기순이익 23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0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약 397%로 작년말 1542%와 비교해 대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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